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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참되고도 올바르게 반드시 마음을 밝히고자 한다면 먼서 평소 가슴속에 받아들였던 모든 선과 악의 사물을 남김없이 버려서 털끝만치도 남겨두지 말고, 종일토록 우두커니 마치 바보처럼 하여 옛날 간난애와 다름이 없게하라. 그런 뒤에야 좌복에 고요히 앉아 바른 생각을 단단히 굳히고 위로 향하는 현묘한 근기를 정미롭게 궁구하며 서쪽으로부터 온 비밀한 종지를 연구하고 맛보되, 간절하고도 정성스러우며 삼가고도 두려워하는 마음이 털끝 만한 간단間斷도 없게 하고 움직임과 고요함에 이지러짐이 없게 하여 점차 심밀하고도 그윽한, 미세하고 미세하여 극히 미세한 자리에 이르면, 비유컨대 마치 어떤 사람이 다른 지방으로 멀리 나갔다가 점차 길을 돌려 이미 집에 도착한 것과 같으며, 또한 쥐가 쇠뿔에 들어감에 조금 조금씩 들어가다 뾰족한 막바지에 이르른 것과 같으며, 또한 도적을 잡아 장물을 추궁함에 고문하여 사실을 모두 실토하기에 이르도록 한 것과 같다. 그리하여 움직이지도 않고 물러나지도 않으며, 감도 없고 옴도 없으며, 한 생각도 생겨나지 않으며, 앞과 뒤의 사이는 끊어지며, 높고도 드높으며 고상하고도 고고함이 마치 만 길의 벼랑 끝에 앉아 있는 것과 같고 또한 백척간두에 머물러 있는 것과 같아서 한 생각 그르치자마자 몸을 상하고 목숨을 잃을 것이니, 얼마지 않아 구인九仞을 이루는 공에 이르더라도 아무쪼록 그 경지를 잘지켜서 온전히 이끌지니라. 가벼이 거닐거나 앉고 눕는 자리에서 홀연히 부지불식간에 와! 하며 한 마디 소리를 내지르면 마치 하늘을 찌를 듯한 가시덤불 속에서 죽어 있다가 한 가닥 몸이 빠져 나올 살길을 찾은 것과 같을 것이니 어찌 통쾌하지 않으랴.
 
만약 번뇌와 망상에 골몰하여 보다 높은 곳으로 나아감을 추구하지 않는다면, 비유컨대 마치 물 위에 뜬 나무가 그 성질은 본디 가라앉는 것이기에 잠시 동안 몸이 가볍기는 할지라도 결국에는 물기가 스며드는 것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과 같으며, 또한 마치 정원 안의 꽃이 비록 색깔과 향기가 갖추어져 아름다우나 하루 아침에 색깔은 바래고 향기는 사라져 다시는 사랑할 만한 것이 없어진 것과도 같으며, 또한 마치 농부가 밭에 심은 종자에서 비록 싹이 나더라도 수고로움이 미치지 않으면 결국에는 열매가 맺지 않는 것과 같으며, 또한 마치 빈궁한 걸인이 조금 얻은 것으로 만족하게 여기는 것과 같으니, 오래되면 싹이 피어나고 가시가 다시 돋아나서 사물에 끄달리게 되어 마침내 잠겨서 빠지는 경지로 되돌아가면 위없는 청정한 열반을 얻어 볼 수 없을 것이니 이 어찌 앞서 이룬 공덕을 헛되어 낭비하고 신도의 시주물을 헛되이 소비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만약 뜻이 있는 장부라면 바로 그 속에서 자취를 숨기고 빛을 감춘 채 가만히 행하고 은밀히 작용하되 혹 20년이나 30년에서 일평생에 이르기까지 끝내 다른 잡념이 없이 실답고도 솔직하며 편안하고도 당당한 경지를 밟아서 가는 티끌도 서지 못하게 하고 한 치의 풀도 나지 않게 하며 가고 옴에 거리낌이 없고 떠나고 머무름을 자유롭게 하면 과보의 인연이 자리를 옮겨 떠나는 날에는 반드시 주어진 궤적을 따르겠거니와, 만약 다만 그럭저럭 종이로 싸거나 띠로 묶듯이 하여 용두사미가 된다면 특히 불문의 풍모에 티가 있게 할 뿐만 아니라 또한 후학들의 초발심까지 퇴굴케 할 것이다.
 
위에서 서술한 바와 같은 좁은 소견은 모두 명아주와 콩잎 같은 것들뿐이어서 배부른 사람들이 공양할 것은 못되기에 이로써 묵은 양식마저 떨어진 무리들을 기다리나니 결국에 한 손가락의 맛은 있을 것이다. 흔히 도를 배우는 선비들은 출가한 본래의 뜻을 망각한 채 한결같이 삿됨을 따르고 악을 쫓으며 바른 깨달음을 추구하지 않고 망령되이 부처님과 조사들이 깨달은 인연과 고인들의 공안을 가지고 첫머리부터 견강부회하여 번갈아 전해주고 받으며 비밀스레 보배처럼 간칙하는 것을 지극한 법칙으로 삼고는 걸핏하면 계율을 지키지 않고 인과가 없다 무시하여 인상人相과 아상我相은 더욱 불거지고 삼독三毒은 곱절로 치성하니, 이와 같은 무리들은 마구니와 외도에 떨어져 영원히 그들의 권속이 됨을 면치 못할 것이다. 만약 어떤 이가 아직 삿되고 그릇됨을 만나지 않아 처음의 마음을 저버리지 않았다면 응당 무상無常이 신속함을 생각하고 고통의 바다에 빠져 있음을 통정히 생각하여 두 때의 죽과 밥이 눈 앞에 놓일 때와 백 가지 사용물이 편리하고 마땅할 때를 틈타 때를 잘 이용하여 곧장 들어갈지언정 시집 갈 때를 임박하여 목의 혹을 치료하려 들지 말라. 이는 곧 역대 부처님과 조사들의 심인心印이며 걸림없는 해탈의 오묘한 문이다. 설사 깨달음의 인연을 만나지 못하고 공부의 힘이 충분치 않더라도 아무쪼록 목숨을 버리고 형상을 잊은 채 부지런히 고행을 수행해야 하며, 죽음에 이르러 생을 버릴지라도 한 마음으로 물러서지 말아야 한다. 다시 이러쿵저러쿵 한 말에 미진함이 있어 거듭 게송으로 말해야 하겠다.
이마음은 청정하여 본래티가 없건마는,
다만탐심 온갖번뇌 그로인해 가려졌네.
안목트여 그모든것 백일하에 드러나면,
산하대지 그모든것 공중의꽃 뿐일것을.
 
동서가 10만리요 남북이 8천리에 미세한 티끌도 서지 못하고 한 치의 풀도 자라지 못하니 가고 옴에 걸림이 없으며 오묘한 작용은 종횡으로 자재롭다. 설사 직접 이러한 자리에 이르렀더라도 바로 이것은 근본을 버리고 지말을 쫓는 것이며 화를 불러들이고 재앙을 초래하는 것이다. 우선 일러 보아라, 어떠한 것이 근본인가? (주장자를 던지고 말하기를) 전륜성왕의 세 치 되는 쇠토막을 내던져 버릴지라도 분명히 온 세계는 그대로가 칼과 창이리라.
 
머리를 숙여 하늘을 찾고 얼굴을 우러러 땅을 찾는구나, 절룩절룩 덜덜덜 멀고도 멀었도다. 별안간 서씨의 열셋째 아들과 마주치니, 와! 원래 그저 여기에 있었던 것을. (손으로 무릎을 한 번 치고서) 여기에 있더라도 섯달 그믐날이 도래하면 또한 눈을 뜨고 도깨비를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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