示衆 其五
가죽이 뚫히고, 살이 짓무르고, 근육이 끊어지고, 뼈가 꺽어지며, 걸림없는 변재를 갖추어 종횡으로 자재롭게 말하더라도,
만약 상향일관을 이른다면,
감히 ‘노형들은 아직 확철하지 못했다고’보증한다.
모름지기 바로 허공이 분쇄되고, 큰 바다가 메말라서 꼭대기부터 바닦까지 꿰뚧어서 안팎으로 맑게 할지어다.
정말 이러한 때라도, 도리어 눈 속의 티끌이다.
대중은 다시 일러보라.
어떤 것이 바로 집에 이르는 구절인가?
진흙소가 쇠몽둥이 맞으니, 금강신장이 피를 토하는구나.
만약 이 일을 논할진댄 마치 큰 불덩이의 맹렬한 불길이 하늘까지 뻗침에
일찌기 조금의 쉴 사이도 없는지라
세간의 모든 물건을 몽땅 던지더라도
마치 한 조각의 눈송이가 닿기만 하면 곧 사라지는 것과 같나니
어찌 털끝만큼인들 용납이 되겠는가.
만약 능히 이렇게 화두를 들추어 지니면
기한내에 성취하는 공덕을 만에 하나도 잃지 않겠지만
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설령 티끌 수 같은 많은 겁을 지나더라도 다만 수고롭기만 하다.
바다밑의 진흙소는 달을 물고 달리는데
바위앞의 돌호랑이 새끼안고 졸고있네.
무쇠뱀은 금강의 눈안으로 뚫고드니,
곤륜족이 코끼리타고 해오라비 끌어주네.
이 네 구절 가운데 한 구절이 있으니,
능히 죽이기도 하고 능히 살리기도 하며 능히 놓아주기도 하고 능히 빼앗기도 한다.
만약 찾아낼 수 있다면 일생 참선 공부하는 일을 마쳤다고 허하겠노라.
만약 이 일을 논하자면 비유컨대 마치 어떤 집 처마끝에 쌓인 한 무더기의 쓰레기더미와 같아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비바람이 몰아쳐도 눈길을 주는 이가 없나니, 무진장한 보물이 쌓인 곳간 하나가 그 속에 간직되어 있는 줄 도무지 알지 못한다.
만약 주워낸다면 백겁 천생 동안 가져가도 다함이 없고 사용해도 고갈됨이 없으니, 모름지기 이 곳간은 밖으로부터 온 것이 아니라 모두가 그대들의 ‘믿음’이라는 한 글자 위에서 생겨난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만약 믿어진다면 결코 그르치지 않겠지만 만약 믿어지지 않는다면 설령 티끌 수 만큼의 겁을 지나더라도 또한 어쩔 수가 없을 것이다. 두루 여러분에게 청하나니 곧 이렇게 빈궁한 걸인이 됨을 면할지어다. 우선 말해 보아라, 이 곳간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한참 있다 말하기를) 범의 굴에 들어가지 않으면 어찌 범을 잡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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