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 수행자와 임금님
수행자와 임금님 옛날 한 나라에 새로 등극한 임금이 수행자를 왕사로 모시고자 원을 세우고, 승려들을 위한 잔치를 베풀었다. 전국에서 스님들이 모여들어 공양과 의복을 베풀었고, 그 가운데 임금께서 눈여겨본 한 스님을 따로 불러 물었다.
"스님께서는 도를 다 익히셨습니까?"
스님은
"아직 해결하지 못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국왕이
"내가 모든 준비를 다 하여 드릴 테니 오늘부터 도를 닦기로 약속하겠습니까?"라고 물었다.
스님은 죽기를 결심하고
"마음껏 해 보겠습니다."라고 언약했다.
임금님은
"그냥 말만 가지고는 안 됩니다.
나와 정식으로 서약합시다."라며, 궁 안에 큰 연못 가운데 별장이 있으니 그 별장에 들어가 도를 닦되, 사십구일 동안 닦아서 도를 이루지 못하면 이 칼로 스님의 목을 쳐도 좋겠느냐고 물었다.
스님은 쾌히 승낙하였다.
그리하여 배를 타고 연못 가운데 있는 별장으로 들어가 결사적으로 공부를 시작하였다.
임금님은 다음 날 배를 타고 점심을 가져와
"스님, 내 손에 죽을 날이 사십팔일 남았으니 정신 바짝 차리고 공부하시요."라고 말하고 돌아갔다.
그 후에도 매일 와서 밥 한 그릇을 주고 한마디 말을 던지고 가니, 스님은 연못 한가운데서 달아날 수도 없고, 공부를 못하면 꼼짝 없이 죽게 되었기에 죽자 살자 정진하여 마침내 도를 얻은 후 임금님께 감사 인사를 드렸다.
그런데 임금님은
"인사말은 소용없고, 스님을 죽이기로 한 이 칼을 스님에게 들이겠다.
스님께서는 이 칼로 누구의 목을 치시렵니까?"라고 물었다.
스님은
"이 칼은 꼭 임금님께 쓰고 싶습니다."라고 답했다.
임금님도
"정사는 신하에게 사십구일간만 맡기고, 그 동안만 나와 같이 죽기로 약속합시다."라고 하니 임금님도 쾌히 승낙하였다.
그리고 연못 안 별장으로 들어가 공부할 준비인 화두를 간택하여 참구하기 시작했다.
스님은 매일 밥을 날라와 임금님과 똑같이, 임금님은 죽을 날이 며칠 남았다는 경책을 해 주었다.
임금님도 사십구일 안에 도를 깨달아 연못 밖으로 나와 스님과 함께 얼싸안고 한바탕 춤을 추었다.
스님은 왕사로 앉아 국민의 정신적 지주가 되었고, 임금님은 깨달은 경지로 정사를 잘 다스려 좋은 국가를 이루었다고 한다.
그때 그 임금님의 수완이 얼마나 장한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불자들도 스님들을 '큰스님'이라 하며 떠받들기만 하지 말고, 그 국왕과 같이 스님들이 도를 닦을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 주기를 부탁하며 다 같이 발심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린다.
공연히 시주만 하지 말고 원력과 포부, 목적 없는 밥은 먹지 말자는 말씀이다.
도나 모든 일은 손발이 맞아야 이루어지는 것이다.
서로가 원력을 세우면 안 되는 일이 없을 것이다.
우리 다 같이 노력해 보자.
(불문보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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