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 신광사(神光寺) 창건 연기(緣起)
황해도 해주 북숭산(北嵩山)에 신광사(神光寺)라는 절이 있으니, 이 절은 황해도 내에서 명산대찰로 이름이 높으며 건물이 특히 아름답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이 절은 원나라 순제(順帝)가 창건한 절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원 순제(元順帝)가 어찌하여 우리나라에 절을 창건하게 되었는가?
이에 관한 곡절이 전해오는데, 처음에 순제가 아직 제후로서 위왕 아목가(魏王 阿木哥)로 있을 때 죄가 조금 있어 고려의 탐라(耽羅, 지금의 제주도)로 귀양을 왔다가, 나중에 다시 황해도에 속하는 대청도(大靑島)로 옮겼다.
그는 두루 서해의 산천을 구경하며 돌아다니다가 해주 북숭산에 이르렀는데, 문득 풀 속에서 방광하는 것이 있음을 보았다.
이상하게 여겨 자세히 찾아가 보니 불상 한 분이 풀 속에 묻혀 있었다.
그는 그 앞에 꿇어 엎드려 기도하며
"부처님, 부처님께서도 의지할 곳을 얻지 못하시어 이렇게 풀 속에 묻혀 계신 것을 뵈오니, 제 마음이 죄송하고 민망하여 견딜 수 없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저로서는 아직 어쩔 도리가 없사오니, 부디 살펴 주시고, 이렇게 천애고도에 귀양살이하는 저를 불쌍히 여기시어 만일 명조(冥助)의 가피를 내려 저로 하여금 고국에 들어가 등극(登極, 제왕이 되는 것)하게 하여 주신다면, 당장에 절을 지어 봉안하여 그 은혜를 갚아드리겠습니다.
부처님, 어서어서 제가 축원하는 대로 소원이 이루어지게 하여 주시옵소서."
하고 정성껏 빌었다.
그 뒤 그는 부처님의 가피를 입은 듯 귀양이 풀려 곧 원나라에 돌아가 얼마 안 되어 제위에 올랐다.
그러나 부처님께 드린 서원을 깜빡 잊고 실행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부처님께서 꿈에 나타나
"그대는 어찌하여 나와의 약속을 잊고 있는가?"라는 말씀을 남기고 가셨다.
제는 놀라 깨어 그 옛날 고려 북숭산에서 부처님께 맹세하고 기원하던 일을 깨닫고, 큰 절을 짓기로 결심하였다.
곧 태감 송골아(宋骨兒)를 파견하여 공장 37명과 함께 고려에 와서 고려 시중(高麗侍中) 김석견(金石堅)과 밀직부사(密直副使) 이수산(李壽山) 등과 더불어 공사를 감독하게 하였다.
중국의 물질로 절을 짓고 그 부처님을 봉안하여 모셨으니, 이것이 곧 신광사(神光寺)이다.
그래서 원제가 절을 지은 만큼, 그때 신광사의 건물 장엄은 전국에서 으뜸이었다고 전해진다.
(출처: 황해도 해주 북숭산 신광사 사적기)
0개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