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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맹모봉양(盲母奉養)과 효종(孝宗)의 동정 

 


 경주 분황사 근방 동리(東里)라는 곳에 여권이라는 사람의 딸 지은(知恩)이라는 처녀가 있었다. 
그녀는 조실부모한 후 눈이 어두운 어머니를 모시며 동서로 다니면서 밥을 빌어 어머니를 봉양하였다. 
그러나 나이 스무 살쯤 되자 과년한 처녀가 문전걸식하는 것을 참을 수 없어, 어머니 몰래 어느 날 남의 집 종으로 몸을 팔아 그 돈으로 어머니를 봉양할 자금을 마련해 놓았다. 
새벽에는 일찍 일어나 밥을 지어 어머니께 드리고, 종으로 팔린 집에 가서 온종일 일을 마친 뒤 저녁 늦게야 집으로 돌아와 어서어서 밥을 지어 어머니께 올리는 일을 계속하였다. 
나이가 차도 시집갈 생각은 없이 오로지 어머니를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칠 결심뿐이었다. 
그러나 남의 집 종이 되었으니 뜻대로 봉양할 수 있었겠는가? 제때에 꼭꼭 조석 진지를 해드리지 못한 때가 종종 없지 않았다. 
어느 날 어머니께서 말씀하시길,
 “과년한 딸이 마음이 변하여 가는구나. 요즘은 밥이 따뜻하지 않고, 낮에는 어디 가서 그렇게 오래 있느냐.” 
하시며 한숨을 지으셨다. 
지은은 혼자 목마른 가슴을 움켜쥐고 눈물을 흘리며 대답하였다. 
“어머니, 과년한 제가 항상 남의 집 문전에 밥 빌러 다니기가 어려워 동리 어느 집에 종으로 몸을 팔아 그 돈으로 어머니를 모실 자금을 마련하였습니다. 
낮에는 그 집 일을 하고, 저녁 늦게 돌아와 어머니 밥을 지어 드리니 아무리 잘하려 해도 자연히 그렇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어머니는 딸을 붙잡고
 “지은아, 불쌍한 내 딸아, 시집가서 행복하게 살 나이에 남의 집 종으로 팔리다니,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며 방성통곡하였다. 
이 말을 ‘효종’이라는 재상의 아들이 듣고 크게 감동하여 백미 열 섬을 보내기로 하였다. 
그 양친 부모는 효종의 착함에 감동하여 옷 한 벌을 함께 보내었다. 
효종의 집 하녀들은 이 말을 듣고 각기 돈을 모아 지은의 종을 사서 해방시키고, 눈이 어두운 어머니를 잘 모시게 하였다. 
  이 소문이 널리 성중에 퍼지자 상감님께서 들으시게 되었다. 
이에 임금님께서 백미 오십 섬과 집 한 채를 하사하시고, 일체 부역을 면제하며 모친 봉양에 다른 걱정이 없도록 분부하셨다. 
또한 왕은 효종의 자애심이 두터운 것을 기특하게 여겨, 그의 형군(兄君) 헌강대왕(憲康大王)의 공주와 백년가약을 맺게 하였다. 
(출처: 『삼국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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