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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치악산 상원사의 야반종성(雉岳山 上院寺 夜半鐘聲) 

 


  
옛날 강원도 어느 마을에 용감한 젊은 궁술사(활을 잘 쏘는 사람)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그는 강원도 원주에 있는 치악산(雉岳山) 상원사라는 옛 절터에 구경 삼아 사냥을 나갔다. 
이리저리 다니다가 한곳을 쳐다보니 꿩 한 마리가 껄껄거리며 날다가 떨어지고, 또 날다가 떨어지는 것을 여러 번 반복하고 있었다. 
이상하게 생각한 그는 그 근처에 가서 보니, 큰 구렁이 한 마리가 둘레를 실실 기어 다니며 독기를 피워 올려 꿩을 잡아먹으려 하는 모양이었다. 
대망이는 그 광경이 고약하게 여겨져
 “에이 놈, 활 맛을 보아라!” 
하고 활줄을 힘껏 당겨 탁 쏘았다. 
그러자 구렁이는 훌떡 뛰어 구비를 치더니 그만 죽어 쓰러졌고, 꿩은 살아서 날아가 버렸다. 
“에이, 오늘은 재수가 없어 사냥이 안 되겠다.” 
하고 그는 집으로 돌아갔다. 
며칠이 지난 뒤 다시 치악산으로 사냥을 나갔다. 
이리저리 다니다가 산속에서 날이 어두워져 인가를 찾아 헤매던 중, 저 건너편에 불빛이 보였다. 
“아, 저기 사람이 사는구나.” 
하고 찾아가 보니, 과연 삼간 초당에서 젊은 여자가 소복 단장하고 나와 맞아주며 자고 가라고 허락했다. 
그리고 잘방으로 안내해 주었는데, 무슨 냄새가 나는 듯하여 마음에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여자 밥 짓는 부엌을 문틈으로 내다보니 분명 사람이 아닌 구렁이인 듯했다. 
“에라, 이것 달아나는 것이 상책이다.” 
생각하고 앞장서서
 “야, 날 살려라!” 
하고 도망쳐 나왔다. 
어느새 여자가 쫓아오면서
 “네 이 원수놈아, 너도 내 손에 죽어 보아라!” 
하며 악을 쓰는데, 아무리 궁술사라 해도 항쟁할 수가 없었다. 
“대관절 네가 뭣이냐? 말이나 해보고 악을 피워라.” 
하니 여자가 말했다. 
“얼마 전 네 손에서 우리 남편이 죽었다. 
너를 만나 남편의 원수를 갚으려고 별렀더니 오늘 잘 만났구나.” 
“오, 그러냐? 내가 네 남편을 죽인 것은 고의로 죽이려 한 것이 아니라, 꿩이 불쌍해서 꿩을 날려 보내려고 풀밭에 활을 쏜 것이 네 남편이 맞아 죽은 것이다. 
또 내가 지금 너에게 죽게 되면 늙은 부모와 어린 처자 권속이 말이 아니니, 너의 남편과 너를 위하여 절에 가서 기도를 드려 천도를 해 줄 테니 원한을 풀자.” 
하였다. 
그러나 여자는
 “그것은 안 된다. 
우리는 야반(夜半)에 절에서 울려오는 종소리를 세 번 들으면 마음의 괴로움을 잊고 용(龍)이 되어 천상으로 등천(登天)하게 되니, 여기에서 당장 종소리를 들려주면 놓아주겠다.” 
하였다. 
“그러나 여기에서 당장 어떻게 종소리를 듣게 할 수 있겠느냐?” 
생사의 기로에서 허둥대는 찰라였다. 
어디선가 땡, 땡, 떼댕 하는 종소리가 울려왔다. 
이 종소리를 듣던 여자는
 “나는 이제 원한을 다 풀고 용이 되어 가노라.” 
하며 하늘로 사라져 없어졌다. 
돌아서 보니 그 삼간 초당은 바위 아래에 있었고, 그 미인 여자는 누런 구렁이로서 용으로 변신하여 하늘로 올라가 버렸다. 
그래서 대체 종소리는 어디서 들려왔을까 하고 종소리가 들린 곳을 짐작하여 찾아가 보니, 옛날 상원사 절터에서 암꿩과 숫꿩 두 마리가 땅에 묻힌 종을 파내 서로 머리로 두드려 종소리를 내고, 마지막에는 기진맥진하여 두 마리가 힘을 합쳐 떼댕 소리를 내고 죽어버렸다. 
이 이야기는 옛날부터 널리 알려진 치악산에 얽힌 전설이다. 
종소리를 들으면 지옥 중생도 고통을 쉬게 된다는 뜻에서 생긴 종성찬탄의 이야기이며, 인과응보와 보은에 감화되어 착실한 수도승이 된 교훈이 담긴 정신을 취하여 기록한 것이다. 
은혜를 입으면 짐승도 목숨 걸고 보은하는데, 만물의 영장인 사람이 은혜를 망각하면 짐승만도 못한 것이다. 
그래서 그 산 이름을 꿩 치(雉)자와 메 뿌리 악(岳)자를 써서 치악산이라 하였고, 사냥군은 무상을 느끼고 출가하여 옛 상원사를 다시 복원하였다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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