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금강산 돈도암 홍도비구의 일기진심 수사신설 (受蛇身說)
불교의 삼독심 가운데서도 수행자에게 진심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말씀드리기 위해 홍도비구의 이야기를 하려 한다.
옛날 금강산에 돈도암이라는 절이 있었는데, 수도하는 비구 한 분이 객스님으로 돈도암에 가서 도량을 거닐다가 큰 구렁이 한 마리를 보았다.
이 객스님은 "저것은 아마 시주 은혜를 많이 입고 죽은 스님의 후신인가 보다" 하고 경망스러운 말을 하였더니, 그 구렁이가 부엌으로 들어가 묵재 위에 꼬리로 글을 써 놓았다.
(幸逢佛法得人身)행운불법득인신 (多劫修行近成佛)다겁수행근성불 (松風吹打病中席)송풍취타병중석 (一起嗔心受蛇身)일기진심수사신
이라 하고 끝에 홍도비구후신(弘道比丘後身)이라고 썼다.
이 글을 풀이해 보면, 홍도비구는 다행히 사람의 몸을 받아 불법을 만나 오래도록 불도를 수행하여 거의 성불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마지막 업장이 녹지 않아 병이 들어 오랫동안 병석에 누워 있었다.
어느 날 밖에 나와 소나무 아래 자리를 펴고 누웠는데, 바람이 몹시 불어 자리를 세 번이나 걷어치웠다. 이로 인해 다겁에 익혀온 습성이 갑자기 일어나 "어허, 이 바람이…" 하고 한번 진심을 내어 그 과보로 뱀의 몸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를 본 객스님은 측은한 마음이 들어 삼칠일 동안 지장기도를 정진하며 업장 소멸을 기원하는 천도재를 정성껏 봉행하였다. 그리하여 회향하는 날 밤 꿈에 스님의 인연과 공덕을 입어 고통에서 벗어나 즐거움을 얻는다는 현몽을 하였다고 한다.
(이 글은 '그럴 수 있을까?' 하고 사실 여부를 따질 것이 아니라, 수행하는 스님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일으키는 진심이 수행에 가장 큰 방해가 되기도 하고, 수행을 실천하는 근본이 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옛 조사 스님들이 후학을 지도하고 권선하는 정신을 우리가 본받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이 홍도비구송을 원문 그대로 전부 참고하여 기록한다.
원문
幸逢佛法得人身(행봉불법득인신)
多劫修行近成佛(다겁수행근성불)
松風吹打病中席(송풍취타병중석)
一起嗔心受蛇身(일기진심수사신)
天堂佛刹與地獄(천당불찰여지옥)
唯由人心所作因(유유인심소작인)
我當比丘住此庵(아당비구주차암)
今受此身恨萬端(금수차신한만단)
寧碎我身作微塵(영쇄아신작미진)
更不平心起嗔心(갱불평심기진심)
願師還向閻浮提(원사환향염부제)
說我形容誡后人(설아형용계후인)
含情口不能言語(함정구불능언어)
以尾成書露眞情(이미성서로진정)
願師書寫懸壁上(원사서사현벽상)
欲起嗔心擧眼眷(욕기진심거안권)
嗔心一起受蛇身(진심일기수사신)
嗔心能斷至菩提(진심능단지보제)
心裡無嗔眞布施(심리무진진포시)
口中無嗔妙吐香(구중무진묘토향)
面上無嗔眞供養(면상무진진공양)
無喜無嗔是眞常(무희무진시진상)
(이글은 누구의 전함인지 알 수 없으나 돈도암 홍도비구 글로만 전해지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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