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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망부의 부탁으로 법화경 서사천도

 

부산 동래(현재 금정구) 범어사에 정진이라는 스님이 계셨다. 그는 울산 출신 손유상의 아들로, 아버지 손유상이 일찍 돌아가신 후 산에 들어가 스님이 된 지 꼭 10년이 되던 해인 1931년 신미년 5월 28일 밤, 꿈속에서 한 노스님(지장보살님의 화신으로 보임)이 나타나 놀러 가자고 하여 따라갔다.

그런데 한눈을 판 사이에 노스님은 사라지고, 자신은 사람의 흔적이 끊긴 바다 한가운데 외로운 무인도에 홀로 서 있었다.

그 끝없는 외로운 섬에서 한 사람이 나타나 "너는 어디에 살고, 성명과 고향이 어디냐?"고 물었다.

그가 죽은 아버지임을 직감한 정진 스님은 아버지의 음성이 생전과 너무 달라 생전에 하시던 일과 별세한 날짜를 물었다. 그때서야 아버지임을 확신하고 통곡하였다.

아버지는 괴로워하며 말씀하시길, "선악의 업보는 자기가 지어 자기가 받는 것이다. 누구를 원망하거나 한탄할 일이 아니다. 우지 말라." 하시면서 "여기는 염부제 동쪽에 있는 요사지옥이다. 내가 여기 들어와 고통이 말할 수 없구나. 그러나 너의 종숙인 우리 동네 문택도 여기 있다. 내가 처음 왔을 때 이 지옥에서 벗어나 하늘에 태어난 사람이 한 명 있었고, 그 뒤로는 아무도 없다."고 하셨다.

하늘에 태어난 사람은 중국 소주 땅에서 관리로 있던 정익수라는 이였는데, 그의 아들 태을이 법화경 천 편을 외워 부모 천도의 기도를 드린 공덕으로 고통에서 벗어나 즐거움을 얻었다고 한다.

아버지는 정진 스님에게도 법화경 한 질을 서사 독송하여 자신을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 달라고 간절히 부탁한 뒤 홀연히 사라졌다.

꿈에서 깨어난 정진 스님은 울산 고향에 가서 어머니에게 꿈 이야기를 전하니, 어머니도 슬퍼하며 기도에 협력하겠다고 하셨다.

법공양 준비를 마친 후 순천 선암사 경운 대종사님 회상에 가서 법화경을 서사 독송하게 되었다. 그 후 꿈속에 아버지가 나타나 "너의 법화경 서사 독송 공덕으로 나도 이제 천상으로 고통에서 벗어난다"는 현몽을 하였다고 한다.

법화경을 수지 독송하면 공덕이 많다는 이야기는 널리 전해지고 있다. 그 외 모든 경전도 부처님께서 친히 설하신 것이므로, 일체 경전의 서사 독송 공덕은 천경만론이 다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어느 경전이 더 공덕이 크다고 하는 것은 모두 중생의 분별심일 뿐이다.

한편, 정진 스님이 경을 서사하려 할 때 기이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고 한다. 그중 한 가지를 소개하자면, 사경 준비를 할 때 여우가 문앞에 와서 죽어서 그 털을 뽑아 붓을 만들었더니 경 한 질을 다 써도 모자라지 않았다고 하며, 남은 그 털을 붓장수에게 팔아 종이를 샀다고도 한다.

(불교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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