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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고양이 머리에 방울 달기

 

묘두현령(猫頭懸鈴) = 고양이 머리에 방울 달기
어느 부잣집 창고에 수많은 쥐들이 살고 있었다.

밤이 되면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마음대로 곡식을 훔쳐 먹으며 잘 살아갈 수 있었지만, 가장 불안한 것은 자칫하면 쥐의 생명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고양이라는 존재 때문이었다.

밤이 되면 안심하고 살 수 없으니, 쥐들도 생명 보장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긴급하고 중대한 문제였다.

그래서 어느 날, 대장 쥐가 모임 장소를 정하고 근처에 있는 부하 쥐들을 불러 모아 안전 보장을 위한 족속 종친회를 열었다.

대장 쥐가 주관하여 취지를 설명했다.

"우리가 사는 동안 걱정 없이 잘 살아야 할 텐데, 저 무서운 고양이 때문에 밤이 되면 우리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

이렇게 사는 것은 죽은 것이나 다름없으니, 우리가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묘한 방책을 강구해 보자."

그리고 누구든지 좋은 의견을 제출해 보라고 선언했다.

한참 동안 모두 무엇을 생각하다가, 수염이 길고 허리가 날씬한 장년층 쥐 한 마리가 앞발을 치켜들고 언권을 얻어 이렇게 의견을 제출했다.

"우리 힘으로는 저 무서운 고양이를 잡아 죽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우리 족속 전체가 그놈에게 위협만 당할 수도 없습니다.

이런 방법으로 우리가 피신을 잘해서 밤이면 보급 사업만 잘 해먹고 편안히 잘 살면 그것이 상책일 것입니다.

그렇게 하려면 우리가 방울을 구해다가 고양이 머리에 걸어놓으면, 고양이 오고 가는 기척을 알 수 있으니 방울 소리만 들리면 얼른 숨어버리는 것이 안전 보장에 제일 상책일 것입니다."

모두가 그것이 참 좋은 대책이라고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그 다음에는

"자, 그러면 고양이 머리에 방울은 누가 가서 걸 것인가?"

하는 실행 문제에 대해 아무도 말하지 않았고, 각자 그 무서운 부담이 자신에게 돌아올까 봐 슬금슬금 꽁무니를 빼고 흩어져 버렸다.

이것이 바로 탁상공론이다.

생각해 보자. 우리 인간 사회에서도 모여 앉아 의논할 때 훌륭한 구상과 실현 가능한 결의를 해놓고도, 각자 흩어져 돌아가면

"내 혼자서 할 일인가? 내 말고도 누군가 할 터이지"

하는 이기심과 의존심(남에게 미루고 남을 의지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개인주의적 고집 때문에, 공존공영을 도모했던 훌륭한 구상과 의결이 수포로 돌아가고 탁상공론만 남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두 어깨에 짊어지고 있다.

이 사명을 완수하려는 행군 대열 앞에 묘두현령(고양이 머리에 방울을 다는 일)에 뒤꽁무니만 빼고 있어서는 안 된다.

불교 종단에서는 불교 중흥을 크게 외쳤지만, 이 성업은 몇 사찰이나 몇 스님의 힘으로 될 일이 아니다.

사부대중이 각자 '내가 하지 않으면 안 되리라'는 실천 행렬에 앞장서야 할 일이다.

쥐의 세상에서 고양이 머리에 방울을 다는 것이 생명 보장에 제일 방책이라면, 여기에는 소아(小我)에 집착을 버리고 대아(大我) 공영을 위하여 비상한 장거의 실행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배우고 실천하자. 지행합일(知行合一: 지식과 행동이 한결같이 서로 맞음)이 살아가는 강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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