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 형제 화목
이 이야기는 조선 중엽 경상도 어느 산촌에서 있었던 아름다운 사실담이라고 전해진다.
굶으면 죽이라도 먹은 듯이, 죽을 먹으면 밥을 먹은 듯이 항상 온화한 얼굴에 미소를 띠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두 형제가 한 동네 위아랫집에 살고 있었다.
형이 가지 않으면 동생이 찾아오고, 동생이 가지 않으면 형이 찾아와서 도란도란 의논도 하며 살아갈 이야기도 나누면서 가난에 시달림을 잊고 그날그날을 흐뭇하게 살고 있었다.
농기구도 따로 사지 않고, 농사도 아직까지 한바탕으로 지어 나락 가을, 보리 가을이 되면 식구에 알맞게 단으로 갈라서 타작을 하곤 하였다.
어느 해에는 볏단을 갈라 각각 집에 갖다 쌓아두었는데, 그날 밤 형이 생각하기를
"나는 아들도 있고 딸도 있으니 설사 먹을 것이 적더라도 재미가 있겠지만, 동생은 아들도 없고 딸도 없으니 재미가 무엇이 있겠는가?"
하고 가만히 생각하니 불쌍한 마음이 들어 나락 섬이라도 쌓아놓는 것이 재미가 있을 듯하여 자기 집에서 나락 한 짐을 저어 동생 집 나락 볏가래에 보태어 쌓아두고 왔다.
그날 밤 동생이 자다가 일어나 생각하기를
"나는 아내와 단 두 식구이니 양식이 적어도 벌어먹으면 될 것이지만, 형은 식구가 많아 살기에 부대끼니 나락 한 짐 더 갖다 드려야겠다"
하고 새벽에 일어나 나락 한 짐을 져서 형의 나락 볏가래에 보태 쌓아두고 왔다.
형이나 동생이나 그 이튿날 아침에 보니 나락 볏가래가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
그래서 이상하다, 어젯밤에 한 일이 꿈에 한 일인가 하고 그날 밤에 다시 그대로 두었다.
그 이튿날도 보아도 역시 그대로 있었다.
그다음 날은 동생 집에 나락을 져다 쌓고 집에 와서 가만히 숨어서 보니 동생이 새벽에 나락 한 짐을 지고 와서 나락 볏가래에 보태 쌓는다.
형이 나서서
"이것 무슨 짓인가?"
하고 물으니 삼일 전부터 생각하던 일의 전말을 이야기한다.
형도 울고 동생도 울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이냐? 그것이 널리 알려져 뒷사람에게까지 모범이 되었다고 한다.
오늘 우리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우리가 사는 오늘날은 부모가 돌아가시면 서로 자기가 많이 가지려고 상속 문제로 다투고 형제 간에 소송도 하는 것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형제는 굶어도 같이 굶고, 먹어도 같이 먹는 아름다운 동양 예의지국은 어디로 가고, 물질 만능주의가 되어 형제 간에 다투는 일이 너무 많아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일이다.
이 시대에 산다는 것이 너무 부끄러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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