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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죽은 고기를 먹고 산 고기를 내놓으라.

 

一. 신라 선덕여왕 때의 일로, 지금으로부터 천삼백여 년 전 화엄종의 고덕 혜공 화상은 경북 영일군 항사사에 계셨다.

혜공 화상은 곡차를 드시고 삼태미를 걸머진 채 성안에 들어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면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러면 무진 법문을 설하여 중생을 교화하셨다.

이렇게 이사무애의 도리를 터득하여 무애행을 행하실 때였다.

이때 원효 대사가 화엄소를 지으시다가 막힌 대문이 있으면 혜공 화상을 찾아가 가르침을 받고, 재미있는 법담으로 세월을 보내기도 하였다.

어느 날, 혜공과 원효 두 스님이 그 절 앞 냇가에서 놀다가 물고기를 잡아 먹고, 두 분이 냇가에 앉아 뒤를 돌아보았다.

원효 스님의 뒤에는 보통 대변이 있었으나, 혜공 스님이 보신 대변에서는 아까 잡아 먹은 물고기가 살아나 꼬리를 치며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혜공 스님은 손가락으로 그 물고기를 가리키며

"저것은 내 고기네"라고 하시며 웃으셨다.

그래서 그 절 이름을 오어사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二. 고려 20대 신종(1198년 무오년) 때, 송광사를 독립된 선종 사찰로 개창하신 보조국사께서 고기를 잡아 드셨는데, 냇가에서 뒤를 돌아보니 잡아 드신 고기가 뒤에서 나와 물로 뛰어들며 꼬리를 치고 다녔다고 합니다.

이 고기를 중피리라고 불렀으며, 이 고기를 잡아먹으면 과거에 급제하지 못하고 관리가 되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이러한 이야기는 살생을 금하는 교훈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三. 조선 제15대 선조 때(1592년 임진년)에 구국하신 서산대사 법손이신 진묵대사는 전북 만경현 불거촌에서 출생하셨다.

십삼세 명종 십칠년 임술(1562년)에 7세 때 전주 서방산 봉서사에서 출가하신 성승이시다.

여기에서 여러 가지 신기한 기적이 많았는데, 그중 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어느 때 진묵 스님이 어디론가 가시다가 냇가에 다다르니, 소년들이 물고기를 잡아 남비에 끓이고 있는 것을 보시고

"아, 가엾다.

아무 죄 없는 고기들이 화탕 지옥고를 받는구나."

하시며 탄식하셨다.

그러자 어떤 소년 하나가

"스님은 고기국을 못 잡수십니까?"

하고 비웃는 듯이 물었다.

"왜, 나도 잘 먹는다."

하시며 한 그릇 떠서 올리셨다.

진묵 스님은 서슴지 않고 후다닥 다 잡수셨다.

둘러서서 보고 있던 소년들이

"부처님은 고기를 못 먹게 하셨다는데, 스님은 고기국을 그렇게 잘 잡수십니까?"

하며 비웃는 질문을 던졌다.

진묵 스님은 허허 웃으시며

"내가 언제 고기를 죽였나? 죽인 것은 너희들이지. 보아라, 너희들이 죽인 고기를 내가 살려내마."

하시고 물가를 향해 뒤를 보시니, 아까 잡수셨던 고기들이 모두 살아나 물속으로 펄펄 뛰어 들어갔다.

이 광경을 본 여러 소년들은 잘못을 사과하고 그물과 낚시대를 내던진 뒤 집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대오의 경지에 이르면 진리를 통달하여 생사와 열반이 일여하며, 그 경지에서는 부처와 중생이 따로 없고, 생사와 열반이 둘이 아니며(불이, 不二), 보리와 번뇌가 본래 없으며, 원근거래와 명암 염정이 끊어진 원융도리 안에서는 기적도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진묵 스님께서 봉서사에 앉아 해인사 큰 법당에 불이 붙어 판전에 불이 옮겨 붙을까 걱정하여 손가락으로 물방울을 튕겨 판전에 불을 건넨 것을 껐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이것은 원근거래가 본래 없고 일다무애한 소식을 보여주신 것이다.

이 이야기는 전설이 아니라 사실이며, 고불미생전 의연일상원(古佛未生前 疑緣一相圓), 부모미생전의 경계에 관한 소식을 함부로 평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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