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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무상풍의 비유

 

무상을 바람에 비유한 예가 몇 가지 있다.

一. 바람은 간 데마다 없는데가 없다.

아무리 산속이라도, 바다 한가운데라도, 사람이 많이 사는 도시나 적적하고 고독한 산촌 벽지에도 바람이 불지 않는 곳은 없다.

이와 같이 무상도 간 데마다 가득 차 있다.

무상을 피하여 심산유곡으로 도망쳐도, 파도 만리를 헤치고 절영고도로 은신해도 찾아오는 무상의 손길을 피할 도리가 없는 것이다.

진시황이 육국을 통일하고 아방궁을 지어 삼천 궁녀를 거느리며 영화를 마음껏 누려보고, 만리장성을 쌓아 외적의 침입을 튼튼하게 방어해 두고 장생불사를 도모하여 서복을 보내 삼신산에 가서 불로초를 구하려 하였으나, 불로초를 구하러 나선 서복도 일본 구마노에서 저녁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고, 불로초를 구해 불사약을 만들려던 일도 허사로 끝났다.

어느 날 시를 하나 발견하는데, 그 시에는 '공수래 공수거(空手來 空手去), 세상사 여부운(世上事 如浮雲), 장백골 인산후(藏白骨 人散後), 산적적 월황혼(山寂積 月晃昏)'이라는 글귀가 있었다.

이를 보고 통곡하던 진시황도 아침 이슬처럼 죽어버렸다.

이것이 무상의 바람에 불려 황천객이 되고 만 것이다.

二. 바람은 미리 불어올 때를 알 수 없다.

바람은 언제 어디서 불어올지 예측할 수 없는 것이 바람이다.

요즘은 큰 바람(태풍)을 기상청에서 미리 예보한다.

그러나 막을 수 없는 것이 바람이다.

무상도 그와 같다.

연중 경축일인 정월 보름이나 설날, 추석과 같은 날에도, 한평생의 경사스러운 결혼식이나 꽃놀이, 뱃놀이, 환락 연석에도 안내 없이 갑자기 불어오는 것이 무상의 바람이다.

공자와 같은 성현도 이 무상의 바람에 날려가셨다.

어느 날이든 거리에서 상여 소리가 끊어질 날이 없고, 어느 날이든 화장장 굴뚝에서 연기가 끊어질 날이 없다.

이것이 모두 무상의 바람 앞에 꺼져버린 인생의 서글픈 종말이다.

三. 바람은 물건을 가려서 불지 않는다.

바람은 산이고 들이고 나무고 풀이고 바다에고 냇가에고 집에도 창고에도 가리지 않고 부는 것이 바람이다.

왕후 장상의 집이라고 조용히 불고, 하천 노복의 집이라고 거세게 부는 차별이 없듯이, 무상도 그러하여 상하 귀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모두 한 번은 쓸어 가는 것이 이 난폭한 무상의 바람이다.

달나라 탐험에서도 애석하게 산화되고, 유람열차 흥행에서도 아까운 생명을 잃고, 등산과 해수욕에서도 꽃다운 청춘이 생명을 잃으며, 고관대작의 영화로운 꿈을 앞두고도 세상을 떠나간 일, 물로, 불로, 교통사고로, 풀끝에 이슬처럼, 바람 앞에 등불처럼 사라져 버린 것이 모두 이 무상의 바람에 날려간 것이다.

언제 불어올지 알 수 없는 것이 무상의 폭풍이니, 이 바람 불기 전에 죽음의 길에 떠날 준비를 하자! 이것이 정말 급한 것이며, 날려갈 준비를 미리 하라는 것이 불교 수행인 것이다.

산승도 이 일이 가장 급한 것을 알면서도 아직도 어영부영 세월만 보내고 있네. 아까운 세월을 소중하게 여기며, 참으로 내가 나를 위해 할 일을 하면서 살아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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