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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민손의 효언에 계모가 마음을 고치다

 

공문십철의 하나인 민자건의 아들 민손이라는 효자가 있었다.

민손은 어릴 적 어머니를 여의고 계모 밑에서 자라게 되었다.

계모가 처음 들어왔을 때는 자기 소생이 없어서인지 별다른 차별 없이 키웠으나, 계모에게 아들이 생긴 뒤로 마음이 변하여 전처의 아들인 민손에게 몹시도 모질게 대하였다.

의복, 음식, 말씨, 심부름 등 모든 면에서 차별이 있었고, 아버지가 있을 때는 좋은 듯하나 아버지가 없으면 민손을 미워하고 차별하는 정도가 심해졌다.

민손이 나이가 들수록 눈치만 늘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일이 더욱 원통하게 느껴져 혼자 앉아 어머니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민손이 이렇게 고민하며 살아가는 사실을 아버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

또한 아버지에게 이 사정을 알릴 수도 없었고, 남에게도 호소할 데가 없는 처지였다.

"참아라, 내 운명이 어찌 열 살도 되기 전에 어머니를 잃었으랴. 참아라, 내가 참고 아버지도 모르게 살아가는 것이 집안에도 편할 것이고, 아버지 마음도 편안할 것이다."라고 스스로 다독이며, 이런저런 어려움이 있어도 꾹 참고 혼자서 가슴 아픈 나날을 견뎌내고 있었다.

어느덧 계모에게도 두 동생이 생겨 민손은 아버지 심부름과 집안일을 돕는 나이가 되었다.

어느 해 겨울, 몹시 추운 날씨에 민자건은 민손과 후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을 데리고 들에 나가 수레에 물건을 싣고 세 아들에게 끌게 하였다.

후처의 아이들은 땀을 흘리며 수레를 끌었으나, 전처 아들 민손은 벌벌 떨며 힘을 내지 못했다.

그 후로 민손을 살펴보면 항상 슬픈 기색이 역력하고 추위를 많이 타서 벌벌 떨곤 했다.

옷은 모두 두툼하게 입었는데도 왜 민손만 그렇게 추위를 견디지 못하는지 이상하여 옷을 조사해 보니, 후처 아들들은 솜을 넣어 옷을 지었으나 전처 아들 민손의 옷에는 갈대 꽃을 넣어 입혔으니 따뜻할 리가 없었다.

민자건은

"아, 불쌍한 내 아들아, 이렇게 살아왔구나."

하며 머리를 쓰다듬고 등을 어루만지며 죽은 아내를 추모하면서 민손을 불쌍히 여겼다.

"손아, 손아, 내가 잘못했구나. 서러워 말고 생각하지 말아라."라며 달래며 눈물을 흘렸다.

민손은

"아버지, 그러지 마세요. 저는 아무렇지도 않습니다."라고 말하고 집으로 돌아와 땅을 치며 분노를 터뜨리며 아내의 잔인한 행동을 꾸짖었다.

아내는 부끄러워서 훌쩍훌쩍 울며 집을 떠나려 했다.

민손은 아버지를 말리며 계모의 치마자락을 붙잡고

"어머니, 어머니 가지 마세요. 조금도 계모를 원망하지 않습니다.

어머니가 계시면 한 아들만 춥지만, 어머니가 떠나시면 세 아들이 모두 춥습니다(母在一子寒 母去三子寒)."라며 붙들고

"저는 아무래도 좋으니 어머니가 가시면 어린 두 동생을 어찌 하시렵니까?"라며 울면서 말렸다.

아무리 잔악한 계모였지만, 민손의 고운 마음씨에서 우러나오는 어진 말에 감동하여 계모도

"손아, 내가 잘못했다.

오늘부터 새사람이 되겠다.

어제까지의 일을 모두 잊어버리고 마음을 깨끗이 씻어 참된 어머니가 되겠다."라며 뉘우치고 맹세하였다.

그리고 아버지 민자건이 돌아가신 후에도 그 계모를 끝까지 돌보았으며, 계모가 돌아가실 때까지 동생들에게 보내지 않고 민손 자신이 잘 모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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