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 영혼의 복수
우리나라는 건국 이후 완전히 남의 나라 속국이 된 시기가 왜정 36년(일제강점기 36년)이다.
1945년 8월 15일, 왜놈들로부터 해방되면서 강대국에 의해 남북이 분단되었고, 남한은 자유민주주의, 북한은 공산주의 체제로 38선을 경계로 나뉘었다.
1950년 6월 25일 새벽, 북한이 남한을 침략하며 한국전쟁이 시작되었다.
전쟁이 한창 극심할 때, 미 공군 대위가 적진에 추락하여 구조를 기다리던 중 있었던 일이다.
미 공군 대위는 추락 후 무전 고장으로 여러 날 동안 풀뿌리를 캐 먹으며 동굴에 숨어 있었다.
어느 날, 동굴 밖 양지 쪽에 누워 푸른 창공에 떠가는 비행 편대를 감개무량한 마음으로 바라보며 망연히 고향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때 나물 뜯으러 온 처녀에게 발각되었다.
마침 그 처녀는 사범대학을 중퇴한 지식인으로 영어 실력도 조금 있었다.
그래서 손짓과 발짓을 해가며 겨우 의사소통이 되었고, 처녀가 싸온 점심밥을 얻어먹게 되었다.
그 처녀의 아버지는 소지주였으나 공산주의자들에게 살해당했고, 가족은 강제 노동 수용소로 흩어졌다.
처녀는 어머니와 단둘이서 공산당의 모진 학대를 받으며 살고 있었다.
다음 날, 처녀는 음식을 해가지고 나물 뜯으러 가는 체하며 공군 장교가 숨어 있는 산으로 올라갔다.
이때 처녀의 뒤를 치안대원이 미행하고 있었다.
치안대원은 처녀의 아버지를 반동으로 몰아 죽인 철천지원수였으며, 처녀를 넘보았으나 처녀가 원수에게 말을 듣지 않자 기회를 노리던 중 음흉한 생각을 품고 처녀의 뒤를 따라갔다.
처녀는 뒤를 미행하는 치안대원이 있는 줄 꿈에도 몰랐다.
처녀는 공군 장교와 함께 양지 쪽에 앉아 가지고 온 음식을 먹고 있었다.
이때 미행하던 치안대원이 이 광경을 발견하고 살살 접근하여 번개같이 뛰어들면서 단도로 미 공군 장교를 찌르려 했으나, 칼 든 손목을 잡혀 두 사람 사이에 육박전이 벌어졌다.
여러 날 굶주려 허약해진 미군 장교는 치안대원 밑에 깔려 피를 흘리며 가슴팍을 찌르려는 치안대원의 칼 든 손목을 필사적으로 밀어 올리고 있었다.
그 순간, 처녀는 권총을 들고 치안대원의 등을 겨누었으나 아무리 방아쇠를 당겨도 자물쇠가 잠겨 있어 발사되지 않았다.
공군 장교는 점점 힘이 딸려가고 있었고, 치안대원의 날카로운 칼끝이 미군 장교의 가슴 한복판을 향해 내려가고 있었다.
위기일발의 순간, 별안간 처녀의 귀에
"얘야! 왜 사용할 줄 모르는 권총을 가지고 어물거리고 있느냐? 칼이 있지 않느냐."
하는 죽은 아버지의 음성이 또렷이 들렸다.
처녀는 굴 안으로 뛰어들어가 번개같이 칼을 들고 나와 치안대원의 목덜미를 힘껏 내려찔렀다.
목덜미 깊숙이 칼을 맞은 치안대원은 선지피를 뿜으며 나무토막처럼 쓰러져 죽고 말았다.
이 이야기는 30년 전 산승이 쓴 『불교진리』라는 책에서 본 실화이다.
사실 알고 보면 각종 살해 사건이나 심지어 교통사고까지도 원한 맺힌 영혼에 의해 복수당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업은 한 번 지으면 언젠가는 반드시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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