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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동자의 모습으로 화현하신 문수보살님

 

옛부터 우리나라에는 삼신산이라는 신선이 살고 머무는 세 개의 산이 있으니, 삼신산은 봉래산, 방장산, 영주산인데, 이는 곧 금강산, 지리산, 한라산을 일컫는 말이다.

그중 방장산인 지리산은 전라도 쪽 남원과 구례군, 경상남도 쪽 산청군, 진주시, 하동군에 걸쳐 있다.

또한 지리산에는 많은 절이 있는데, 하동 쪽에 있는 쌍계사에서 한참 올라가면 칠불암이라는 절이 있다.

칠불암에는 아자방(亞字房)이라 부르는 선방이 있는데, 우리 불교의 선방에서 수행하는 수좌 스님들은 한 번쯤 살아보기를 원한다.

우리나라 전국의 선방에서는 정진 중일 때는 아무도 들여다보지 못하게 금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 해인가, 아마 이씨조선 중기 말 무렵인 것 같다.

하동현감이 칠불암에 와서 선방인 아자방을 보자고 하였으나 보여주지 않자, 현감이 강제로 보고 돌아가서 칠불암에 편지를 보냈다.

내용인즉,

"어떤 승려든지 목마를 가지고 동헌으로 와서 내 앞에서 그 목마를 타고 달리게 된다면 용서하겠으나, 그렇지 못하면 쌍계사와 칠불암을 불태워 없애겠다."는 위협의 편지였다.

사중에서는 이 일이 걱정되어 대중공사를 열어 의논하였으나, 아무도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헛공사만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며칠 전부터 후원에 와서 공양주 일을 도와주는 사미동자가 들어와 말하기를,

"목마만 만들어서 동헌에 갖다만 주면 제가 현감과 단판하여 무사히 해결하겠습니다."라고 하였다.

그래서 대중은 목마를 싸리나무로 만들어 부목에게 지게 하여 동자가 데리고 동헌으로 갔다.

동자가 동헌에 가서 현감을 뵙자고 하였다.

하동현감이 동자를 보고 묻기를,

"칠불암에는 어른 스님들은 다 어디 가고 어린 동자 네가 왔느냐?"

하니, 동자가 대답하기를,

"이 정도 일은 도인 큰스님이 아니어도 능히 해결할 수 있기에 제가 왔습니다."

하였다.

현감이

" 그러냐? 그러면 칠불암 아자방에 공부한다는 스님들이 입을 딱 벌리고 천장을 쳐다보며 졸고 앉은 노승이 있으니, 그것은 무슨 공부냐?"

하고 물었다.

동자가 대답하기를,

"그것은 앙천성숙관(仰天星宿觀)으로, 하늘에 별을 보는 관이며, 천상의 중생들을 제도하는 공부입니다."

또 현감이 묻기를,

"머리를 숙이고 땅을 내려다보며 졸고 앉은 이가 있으니, 그것은 무슨 공부냐?"

하니,

동자가 대답하기를,

"그것은 지하망명관(地下望命觀)으로, 지하에 묻힌 중생을 제도하겠다는 공부입니다."

하였다.

현감이 또 묻기를,

"몸을 좌우로 흔들며 졸고 앉은 노승이 있으니, 그것은 무슨 공부냐?"

하니,

동자가 대답하기를,

"그것은 춘풍양류관(春風楊柳觀)으로, 봄바람에 날아다니는 새, 짐승, 나비 등의 축생들을 제도하려는 공부입니다."

하였다.

현감이 또 묻기를,

"여름에 보리밥을 먹고 소화가 되느라 방구를 탕탕 뀌고 앉은 승려가 있으니, 그것은 자연의 현상이지 그것도 공부냐?"

하니,

동자가 대답하기를,

"그럼요, 그것은 타파칠통관(打破漆桶觀)으로, 무명번뇌의 흑암인 현감 같은 분의 무명을 깨트리는 공부입니다."

하였다.

현감이 말하기를,

"너 같은 동자가 내 말을 척척 받아내는 것을 보니, 너희 절 노승들이야 오죽하겠느냐. 참으로 대단하구나."

하였다.

그때 동자가 그렇다고 말하고, 다 물어보았느냐고 묻자, 목마를 타고 동헌 뜰을 한 바퀴 돌고 공중으로 목마를 탄 채 칠불암 쪽으로 날아갔다.

현감은 질겁하여 버선발로 뛰어나와 일배, 이배, 삼배를 하고 그후부터 쌍계사와 칠불암을 극진히 보호하였다고 한다.

그 동자는 문수보살님이 칠불암에 이런 일이 있을 줄 미리 아시고, 칠불암을 구하기 위해 동자로 화현한 것이었다.

그때부터 칠불암은 문수보살님의 상주도량으로 더욱 알려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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