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관음 기도로 화재를 모면하다
서울에 거주하셨던 한여여(韓如如) 거사는 본래 불교 신앙을 하는 집안에서 태어나 부모님을 따라 불교를 독실하게 신행하며 관음주력(觀音呪力)을 많이 닦고 관음 기도를 자주 해왔다.
지금으로부터 약 90년 전, 서울시 동대문 밖 창신동 안양암(安養庵) 절에 정문으로 들어서면 왼쪽 화강암(花崗岩) 천연석 벽에 부조(浮彫)로 새겨진 웅장한 관세음보살 입상이 있다.
이 관세음보살상이 조성 완료되는 날, 봉불(奉佛)식을 올리기 위해 수백 명의 신도들이 모여 의식을 봉행하였고, 그날 저녁에는 기념으로 철야 관음기도를 드렸다.
다음날 새벽 휴식을 취하던 중 한여여(韓如如) 거사도 봉불식에 참여하여 밤새도록 관세음보살님을 마음속으로 염하고 입으로 열심히 부르며 뜬눈으로 기도하였다.
그러다가 잠시 휴식을 취하며 눈을 붙였는데, 비몽사몽간에 신비한 현몽을 경험하였다.
당시 한여여 거사의 집은 지금의 종묘 앞 길가 동쪽에 있었으며, 집 바로 앞에는 도랑물(실개천)이 흐르고 있었다.
한 거사는 이 집에서 전당포를 운영하고 있었다.
이날 한 거사에게 나타난 현몽은 다름 아닌 집에 불이 난 모습이었다.
꿈속에서 집 전당포에 불길이 치솟고 있었는데, 홀연히 한 분의 백의 관세음보살님이 나타나셔서 좌우에 거느린 동자를 지휘하여 집 앞에 있는 개천 물을 퍼서 불길을 잡고 있는 광경이 역력하게 보였다.
한 거사는 깜짝 놀라 깨어나 꿈임을 알면서도 마음이 불안하여 의심을 품은 채 줄다리기하듯 집 앞까지 다다랐다, 그러나 집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허망한 꿈을 꾼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대문을 들어서 전당포 사랑문을 열어보니 아니나다를까 전당포 방 안에 연기가 자욱했다.
어찌된 영문인지 도무지 알 수 없어 방문을 열고 살그머니 들어가 자세히 살펴보니, 연기가 나오는 곳은 아랫목 자리를 깔아놓은 곳이었다.
연기 속을 무릅쓰고 더듬어보니 이게 또 웬일인가? 자리 밑은 반쯤이나 타버렸는데, 그 둘레와 방바닥에는 물기가 축축하게 괴어 있어 불이 더 이상 번지지 않은 것이다.
나중에 알아보니, 불을 너무 세게 때어 과열로 인해 자리가 탄 것은 알았으나, 둘레에 물기가 어디서 왔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한 거사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이 관세음보살님께서 구난(救難)의 손길을 보여주신 것임이 틀림없다고 확신하며 이성재(李聖宰) 씨의 집에 와서 이 씨의 선친과 이야기하는 것을 이성재 거사가 똑똑히 들었다는 이야기는 산승이 젊은 시절에 들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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