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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왕비가 된 딸

 

옛날 어떤 영감이 나이 오십이 넘도록 자식이 없어 매달 한 번씩 절에 다니며 생남불공을 드렸다.
그런데 삼 년 후, 그 부인이 아들을 낳지 못하고 딸을 낳았다.
그 후부터 영감은 다시 한 달에 한 번씩 절에 다니며 불공을 올렸고, 축원은 언제나 자기가 하였는데, 항상 말하기를
"부처님께서 딸을 주셨으니, 부처님께서 주신 딸이 왕비가 되게 하여 주십시오"라고 옆에 있는 사람들이 다 들을 수 있도록 큰소리로 축원하였다.
그 후 그럭저럭 십육 년이 되던 해 섣달, 또 영감은 불공을 하러 가서 전과 같이 큰소리로 축원을 하였다.
그때 후원에서 밥을 짓던 공양주가 이 소리를 듣고 골려 주려고 재빨리 법당 탁자 밑에 들어가 숨어서 말했다.
"그래, 그대의 정성이 장하므로 그 소원을 들어주겠는데, 왕비가 되려면 오늘 집에 돌아가서 궤짝을 만들어 그 속에 딸을 넣어 이 절 앞산에 갖다 두면 왕비가 될 것이다."
영감은 그 말이 정말 부처님의 말씀인 줄 알고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하고 대답한 후 집에 돌아와 궤짝을 만들어 딸을 넣고 짊어져서 절 앞산에 갖다 놓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마침 대신들이 사냥을 나와 검은 곰 한 마리를 산 채로 잡아 가지고 그곳을 지나가다가 궤짝 하나가 있는 것을 보고 열어보니 예쁜 처녀가 들어 있었다.
그 사연을 물으니 처녀가 말했다.
"저희 아버지가 오늘 이곳에 있으면 왕비가 된다고 하며 저를 이렇게 갖다 두었습니다."
그래서 대신들은 임금님과 천생배필이라 생각하고 그 처녀를 꺼내 산 곰을 대신 넣은 후 대궐로 돌아가 임금님께 사연을 말씀드렸다.
처녀를 본 임금님은 기뻐하여 왕비로 삼았다.
그날 밤, 공양주는 음식을 많이 장만해 놓고 밤이 깊어 대중이 아무도 모르게 그 궤짝을 자기 방으로 짊어지고 들어가
"추운데 고생했지"
하며 궤짝을 열었더니 검은 곰 한 마리가 뛰어나왔다.
곰을 보고 공양주는 놀라 기절하였고, 곰은 기절한 공양주의 전신을 핥아 많은 출혈을 일으켜 공양주는 죽었다.
또한 검은 곰은 하루 종일 배가 고파 사람의 피를 빨아 먹고 피곤하여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대중은 공양 시간이 지났는데도 공양주가 보이지 않아 방에 가서 보니 검은 곰이 피 속에 누워 있었고, 공양주는 죽어 있었다.
그 후 딸을 궤짝에 넣어 절 앞산에 갖다 놓은 영감은 부처님의 말씀만 믿고 딸이 왕비가 되면 소식이 올까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한 달 후, 그 고을 현감이 찾아와 딸이 왕비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한양으로 모시고 가 딸과 상감을 상면시켜 주었고, 영감에게는 부원군이 제수되어 평생 행복하게 잘 살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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