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 인과(因果)와 윤회(輪廻)는 자업자득(自業自得)이다.
우리 불교의 인과 법칙은 '내가 짓고 내가 받는다'는 것을 모른 채 불교를 믿는다는 불자들 중에서도,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부처님을 원망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여기, 자작자수(自作自受)의 인과에 관한 실제 이야기를 하나 들어보기로 한다.
이 이야기는 산승 법사 스님께서 금강산 유점사(楡岾寺)에 계실 때 직접 들으신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70여 년 전, 대구에서 조금 떨어진 가창면 대일이라는 마을에서 있었던 일이다.
천석을 하는 이부자 집에 할머니가 있었다.
할머니는 밭에 감나무 80주를 심어 감이 열릴 때가 되면, 물러서 떨어지는 것이나 따다가 떨어지는 것이라도 다른 사람에게 한 개도 주지 않고, 밤낮으로 감나무 밭을 지켰다.
며느리가 밥을 지을 때면 쌀도 직접 내어주고, 돈이 생겨도 할머니가 관리하며 살아왔다.
그래서 가창 대일 마을 사람들은 모두
"저 할머니는 구렁이보다 더 지독하다"고 했다.
할머니는 한평생 그렇게 살다가 나이가 많아 돌아가셨는데, 명산을 구하지 못해 명산을 구할 때까지 감나무 밭에 가매장하였다.
그 뒤, 돌아가신 지 삼 개월이 되던 어느 날, 며느리가 밥을 지으려고 쌀독 뚜껑을 열어보니 쌀독 안에 한 자라 되는 뱀이 한 마리 있었다.
뱀을 쫓아내고 쌀을 꺼내 밥을 지어 빈소 혼백에 올리려 하니, 조금 전 쌀독에서 보았던 뱀이 혼백 상자 안에 들어 있었다.
이부자가 다시 뱀을 쫓아내고 감나무 밭에 가서 보니, 그 혼백 상자에 있던 뱀이 자기 어머니 묘소에 구멍이 뚫려 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이부자는 너무 이상하여 집으로 돌아와 작은 상자를 만들어 다음 날 어머니 묘소에 가서 뱀이 출입하는 구멍 앞에 놓고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뱀이 되셨다면 이 상자 안으로 들어가십시오"라고 하니, 구멍에서 뱀이 나와 상자 안으로 들어갔다.
아무도 모르게 그 상자를 자기 방으로 가져와 붉은 보자기를 덮고, 먹을 것을 여러 가지 주었으나 뱀은 아무것도 먹지 않고 쌀 씻은 물만 마셨다.
이부자는 생각하기를,
"어머니가 세상에 계실 때 욕심이 많고 다른 사람에게 좋은 일을 한 적이 없으니, 죽어서 뱀이 된 것 같다"며 뱀이 든 상자를 비단 보자기로 싸서 들고 팔도강산 유명한 곳을 구경시켜 주려고 아무도 모르게 집을 떠나 돌아다녔다가 마지막으로 금강산 유점사에 가서 하룻밤을 자게 되었다.
그때 마침 어떤 사람이 와서 사십구재를 지내고 있었는데, 법사 스님께서 등단하여 사십구재 설법을 하시는 것을 들었다.
법사 스님의 말씀은 이러했다.
"사람은 항상 선으로 살아야 한다.
탐심이 많고 십악(十惡)의 업을 범하면 그 영혼은 육도를 돌며 과보를 받는다.
그 영혼을 제도하려면 오직 부처님의 법에 의지하고 법력 있는 스님을 청하여 사십구일간 기도하여 천도를 잘해야 이고득락(離苦得樂)하고 부모의 은혜를 백분지일이라도 보답할 수 있다."
이 말씀을 듣고 이부자는 곧바로 고향으로 돌아와 돈을 모아 다시 어머니의 환생인 뱀을 데리고 유점사로 찾아가 사연을 말씀드리고, 사십구일 동안 기도할 일자를 정했다.
뱀이 든 상자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 매일 대중 스님께 공양을 올리며 기도하고, 그 주의 빈곤한 사람들에게 쌀과 돈을 보시하며 매일 주야로 기도하였다.
어언 사십구일이 되어 재를 준비하고 고명하고 덕망 높은 스님을 청해 모시고 재를 올리려 하니, 상자 안의 뱀이 힘없이 시들시들해지더니 재를 마치는 시간에 자는 듯이 죽었다고 한다.
상주는 매우 기뻤는데, 그날 밤 꿈에 어머니가 나타나 아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날개 달린 옷을 입고 서쪽 하늘로 날아갔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법사 스님께서 직접 들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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