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 금산사(金山寺)의 사적(寺蹟)
전라북도 김제시에 위치한 대한불교 조계종 제17교구 본사인 금산사의 사적에 기록된 내용을 소개한다.
금산사는 원래 큰 절이었으나 심하게 퇴락하여 중창 불사를 계획하게 되었다.
이를 위해 전 대중이 모여 부처님 전에 공양을 올렸고, 그중에서 화주 스님 한 분을 선출하기로 하였다.
전 대중은 차례로 팔을 걷고, 팔에 꿀을 바른 뒤 밀가루를 칠하여, 밀가루가 묻지 않는 사람을 화주 스님으로 정하기로 하였다.
주지 스님을 비롯한 전 대중이 팔을 걷어 꿀을 바른 후 차례로 밀가루를 칠하기 시작했는데, 말석 공양주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 팔에 밀가루가 묻었다.
이에 전 대중 스님들은 공양주에게 절을 올리고 권선문을 내어주었다.
공양주는 권선문을 받아 자신의 처소로 돌아갔는데, 본래 물욕이 없던 사람이었다.
그날 밤 꿈에 한 스님이 홀연히 나타나 말씀하시기를,
"너는 내일 새벽에 권선문을 가지고 동구 밑으로 가서 첫눈에 보이는 사람에게 권선문을 내보이며 사정을 이야기하라."
하였다.
공양주는 잠에서 깨어 새벽이 되기를 기다렸다가 동구로 내려갔다.
그곳에서 늙은 할머니 한 분이 지나가기에 권선문을 내밀며 금산사 중창 화주로 왔음을 알리자, 할머니는
"내가 무슨 돈이 있겠느냐."
하면서도
"화주 스님, 나를 따라오시오."
하며 앞장섰다.
공양주는 수십 리를 따라가 큰 바위 하나가 있는 곳에 이르렀다.
할머니는 바위 밑을 가리키며 말씀하시기를,
"저 바위 밑을 파보면 독 다섯 개가 있고 그 안에 황금이 들어 있을 터이다.
그것은 내가 전생에 장자로 살 때 묻어둔 것이니, 그것을 파내어 절 중창에 쓰시오."
하시고 홀연히 사라졌다.
공양주는 그 할머니가 사라진 곳을 향해 무수히 백배한 뒤 바위 밑을 파보니, 과연 독 다섯 개가 있었다.
뚜껑을 열어 보니 황금이 가득 찼으므로, 공양주는 절로 돌아와 전 대중을 데리고 가서 독과 금을 운반해 와 금산사를 중창하였다고 한다.
아마도 그 할머니는 불보살님의 화신일 것이다.
나무 대성 인로왕보살 마하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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