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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손순(孫順)의 종과 홍효사(弘孝寺)

 

 

손순은 신라 시대 모량리에 살던 사람으로, 집안이 매우 가난하였다. 부부가 함께 어머니 한 분을 모시고 살았는데, 손순은 어머니에 대한 효성이 지극하였다. 그는 어머니께 고기 반찬을 만들어 간신히 드리게 했으나, 어린 손자가 그 반찬을 빼앗아 먹곤 하였다.

손순은 매번 그 모습을 보고 마음 아파했으나, 아무리 말려도 어린아이는 어머니의 고기 반찬을 날름날름 다 집어먹고 말았다.

손순은 이를 막을 수 없자, 부부가 상의하여 어머니를 위하여 어린아이를 산으로 업고 가서 땅에 묻어 버리기로 결심하였다. 그리고 아이를 업고 귀취산(歸翠山) 북쪽 교외에 이르러 땅을 팠더니, 그 속에서 석종 하나가 나왔다.

너무도 이상하여 그것을 나무 가지에 달아놓고 한 번 쳐 보았더니, 그 종소리가 매우 맑고 아름다웠다. 이는 천지 신명이 그 아들을 땅속에 묻지 말라는 증거라고 생각하여, 그들은 종과 아들을 나누어 업고 집으로 돌아와 종을 들보에 매달아 놓고 날마다 방망이로 종을 쳤다.

그때 흥덕왕(興德王)이 그 소리를 듣게 되었는데, 서쪽 교외에서 이상한 종소리가 울려 퍼졌고, 그 소리가 유달리 맑게 들려 사람을 보내 알아보니, 사실이 매우 처량하고도 신비하였다. 왕은

"옛날 중국의 곽거(郭巨)라는 사람이 부모를 위하여 아들을 묻으려 하자 하늘이 금솥을 내려주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제 손순에게는 석종을 주셨구나"라고 생각하고, 좋은 집과 해마다 벼 50석을 하사하여 어머니를 잘 모시게 하였다.

손순은 그 곡식을 어머니 봉양에 쓰고 남는 것을 저축하여, 어머니가 돌아가실 무렵에는 그 동네에서 부자가 되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손순은 생각하기를, 석종은 절에서 쓰는 소중한 것인데 어찌 사가에 두겠는가 하여 자기 집을 내놓고 홍효사(弘孝寺)라는 절을 세워 그 석종을 안치하였다. 그리고 부인과 상의하여 어린아이는 부인에게 맡기고, 손순은 출가하여 스님이 되어 아침저녁으로 종을 치며 염불에 정진하였다.

그 후 후백제(後百濟)가 그 마을에 침입하여 난리를 겪은 뒤로는 그 종을 잃어버리고 말았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삼국유사』에 전해지며, 『명심보감』 효행편에도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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