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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현씨 출가와 보권염불문(普勸念佛文)

 

 

이 이야기는 이씨 왕조 중엽에 있었던 일이다. 경상도 밀양 땅에 현(玄)씨 성을 가진 불자가 있었는데, 그의 법명은 대원(大願)이다. 어느 날 절에서 가사불사를 한다고 화주 스님이 오셔서 가사 시주를 권하며, 가사에 대한 공덕을 법문하시면서 동참을 권유하였다.

불연이 깊은 현씨는 그 스님의 말씀을 듣고 가사 한 벌을 시주하고, 불교 수행을 위해 어떤 염불이 좋은지 물었다. 이에 스님은 대답하기를

"나무아미타불의 육자 염불을 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우리 인생은 한 번 죽으면 어떤 악도에 떨어질지 모르니, 그저 나무아미타불 염불을 지극히 하여 극락세계로 가야 합니다."라고 하셨다.

육도(六道) 중 인간세계는 천상 다음으로 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보다 낫다고 하는데, 이 세상은 고통과 근심이 많다. 만약 인간보다도 못한 삼악도(三惡道)의 과보를 받으면 그 신세가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상상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육자 염불을 지극히 하여 극락세계에 가야 한다고 하셨다.

그래서 현씨가 다시 물었다.

"그러면 염불하는 방법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화주 스님은 말씀하시기를

"생활하지 않는 독방 하나를 마련하고, 정결하게 향불을 피운 뒤 그 앞에 앉아 '나무아미타불'을 부르되, 마음으로는 아미타불을 간절히 생각하고 입으로는 나무아미타불을 쉬지 않고 부르기만 하면 됩니다."라고 하셨다.

그리고 현씨에게 '본원(本願)'이라는 법명을 지어주며

"아미타불의 본원이 염불 중생을 버리지 않고 극락세계로 데려간다고 하셨으니, 그 본원을 꼭 믿고 그 본원에 따라가기로 하여 밤낮으로 쉬지 않고 염불에 정진하십시오."라고 당부하시고 떠나셨다.

그 후 현씨는 그 스님이 떠난 뒤부터 봄여름가을겨울의 추위와 더위를 가리지 않고, 밤낮으로 장단도 아랑곳하지 않고 하루 낮과 밤을 통틀어 매일 삼만 번씩 염불하였다. 이렇게 삼십육 개월, 즉 삼 년을 채우자 서쪽에서 오색 상서로운 기운이 뻗쳐오는 가운데 아미타불님과 관세음보살님, 대세지보살님 삼존상이 연화대 위에 앉아 계시는 것을 친견하였다.

아미타불께서 말씀하시기를

"네가 삼 년 동안 지성으로 염불 수행을 하였기에 와서 보는 것이다. 모든 죄를 참회하고 출가 입산하라. 자손과 토지, 재물이 산과 같이 쌓였더라도 다 허망한 것이니 어서 빨리 출가하여 산속에 절을 짓고 깨끗하게 지내면서 염불을 지성으로 하여라."라고 하셨다.

이에 현씨는 그 말씀을 잊지 않고 믿고 받들어 행하여 산속에 정결한 암자를 지으려 하였으나 뜻대로 잘되지 않아 아직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집에 머무르며 이십칠 년간 염불 정진을 하였다. 그 사이에 스물다섯 차례나 아미타불 부처님을 친견하고 법문을 들었다. 그 뒤에는 밤마다 서쪽을 향해 108배 절을 하고 염불을 멈추지 않았다.

어느 날 출가 입산하여 산속에 초암을 짓고 거처하면서 향을 피우고 염불하며 왕생극락을 서원하였다. 또 어느 날에는 속가 자손들을 초암에 불러 모아놓고 부탁하기를

"내가 죽은 뒤에 보권염불문을 만들어 나무판에 새기고 만 권을 베껴 여러 만인에게 나누어 주어라."라고 하였다.

이에 그의 아들 각성(覺聖)이 분부대로 보권염불문을 목각하여 지금은 합천 해인사의 장경각에 보전되어 있으며, 수만 권을 인경하여 널리 배포하였다.

현씨는 이렇게 부탁한 뒤 돌아갈 날짜까지 자손에게 가르쳐 주고는 눕지 않고 조용히 앉아 염불하다가 운명하였다. 방 안에는 이상한 향내가 가득했고, 지붕 위로는 오색 구름이 떠돌았으며, 방문으로부터 흰 빛이 서쪽으로 뻗쳐 여러 시간 동안 사라지지 않았다. 장사를 마칠 때까지 공중에서는 풍악 소리가 멈추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보권염불문'이란 책은 주로 염불 공덕을 찬양하고, 옛 염불 행자의 사적을 기록하여 여러 사람에게 염불을 권하는 글이다.

(밀양읍지에 기록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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