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조령(鳥嶺) 우이암(牛耳巖) 주지 시물
금은 존재하지 않는 절이지만, 새재 어딘가에 있었던 절인 것 같다. 경상북도 문경군(현재 문경시) 새재에 우이암 주지 스님이 부임하면, 예외 없이 부임 첫날 밤에 돌아가시고, 그 후에도 부임하는 스님들이 첫날 밤에 모두 돌아가셨다. 그래서 이후로는 어느 누구도 우이암 주지로 가려 하지 않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고, 그 절 우이암은 비어 있었다.
그러자 어떤 누더기 수좌(首座, 선방에서 참선 정진하는 스님)가
"죽는 이유가 무엇일까?"
하고 장담하며 그 절 주지를 자처하고 부임하였다. 부임 첫날 밤, 좌복에 앉아 좌선을 하고 있는데 한밤중에 외마디 소리로
"우이암 주지대사!"
하고 세 번이나 불렀다.
수좌 스님이 큰 소리로
"주지 스님을 왜 부르십니까?"
하고 묻자,
"어허! 이제야 스님다운 스님이 왔구나."
하였다.
수좌 스님이 대답하기를,
"무슨 일이 있습니까? 찾으셨으면 이리 와서 이야기해 보십시오."
하니 상대가
"나는 사람이 아니니 가까이 갈 필요는 없고, 내가 주지를 부른 것은 내가 이 우이암 전 주지로서 죽을 때 사중 기물인 도끼 하나를 이 아래 동리에 사는 산승의 조카 ○○에게 빌려주고, 돈 몇 냥과 쌀 두 말을 빌려주었으나 받지 못한 채 죽어 그것을 해결하지 못한 죄로 갈 곳을 가지 못하고 있다. 조카에게 사실을 이야기하여 그것을 모두 찾아놓고 나를 잘 천도해 달라고 부탁하고 싶은 것이다."
하고는 사라졌다.
수좌 스님 주지는 다음날 아래 동리에 가서 전 주지의 조카를 찾아 만나 물으니, 과연 도끼와 돈, 쌀을 빌려갔으나 돌려드리지 못했다고 하였다. 도끼와 돈, 쌀을 돌려드리지 못한 죄 때문에 삼촌 스님이 갈 곳을 못 간다 하니, 모든 것을 오늘 다 돌려드리고 좋은 날을 택하여 부처님께 삼촌 대신 조카가 참회 기도와 천도재를 올릴 것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길일을 택해 천도재를 올린 후에는 다시는 그런 일이 없었다고 한다.
옛날 우이암 주지 그 스님은 절의 도끼 하나와 빌려준 조금의 돈, 쌀 두 말 때문에도 그것이 죄가 되어 갈 곳도 가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 스님들과 불자들도 시주물과 절집의 삼보정재, 그리고 절의 물건 하나하나가 얼마나 소중하고 엄중한 것인지 한층 더 깊이 생각하며, 불교 수행에 다 같이 매진합시다.
(『불문보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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