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명사의 도솔가 

경덕왕 19년(760년) 4월 초에, 하늘에 두 개의 해가 나란히 뜨는 기이한 현상이 열흘 동안 지속되었다. 일관이 이에 대해 왕에게 아뢰며 말했다. 

"인연 있는 중을 청하여 산화공덕을 지으면 이 재앙을 물리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자 왕은 조원전에 정결한 단을 설치하고 직접 청양루로 행차해, 인연 있는 중이 오기를 기다렸다. 마침 그때 월명사가 천맥 남쪽 길을 지나가고 있었다. 왕은 사람을 보내 그를 불러들이며, 단 앞에서 기도문을 짓도록 부탁했다. 이에 월명사가 아래와 같이 말했다.

"신승은 그저 국선의 무리에 속해 있어 향가는 조금 익숙하지만 성범에는 제대로 통달하지 못했습니다."

왕은 그를 격려하며 말했다.

"이미 인연 있는 중이라 하니, 향가만이라도 충분하오."

월명은 이에 도솔가를 창작하여 바쳤다. 그 가사는 아래와 같았다.

오늘 산화가를 부르며  
뿌린 꽃들이여,  
곧은 마음의 명령을 따라  
미륵좌주를 모시도다.  

이를 풀이하면 이렇다.

오늘 용루에서 산화가를 부르며  
청운 위에 한 송이 꽃을 날리노라.  
진실하고도 정중한 마음으로,  
멀리 도솔천에서 오시는 분을 맞으리라.  

세간에서는 이를 산화가라고 알고 있지만, 잘못된 명칭이다. 정확히는 도솔가라 불러야 한다. 산화가는 따로 존재하며, 그 글은 너무 길어 여기에는 싣지 않는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두 개의 해와 관련된 변괴는 사라졌다. 왕은 이를 매우 가상하게 여겨 월명사에게 품질 좋은 차 한 봉지와 108개의 수정 염주를 하사하였다.

그러나 그 순간, 갑자기 한 명의 동자가 나타났다. 그의 모습은 고아하고 청결했으며, 그는 공손히 차와 염주를 받들고 대궐 서쪽의 작은 문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월명은 그 동자를 내궁의 사자로 오인했고, 왕은 스님의 종자로 착각했다. 그러나 나중에 알고 보니 둘 다 오해였음을 깨달았다.

이에 왕은 사건이 심히 이상하다고 여겨 신하를 보내 동자를 뒤쫓게 했다. 동자는 내원의 탑 속으로 들어가 사라졌으며, 그곳에서 차와 염주는 남쪽 벽화의 미륵상 옆에 놓여 있었다.

결국, 월명의 극진한 덕성과 정성이 미륵보살을 감동시키고 소격하게 만들었던 일이었다.   
조정과 세상에 널리 알려져, 이를 모르는 이가 없었다. 왕은 그를 더욱 존경하며 비단 백 필을 다시 하사해 깊은 마음을 전했다.

월명은 또한 일찍이 세상을 떠난 누이동생을 위해 제사를 올렸고, 이에 맞춰 향가를 지어 바쳤다. 그러자 갑자기 회오리바람이 일어 지전(紙錢)이 날아 서쪽으로 사라졌다. 그가 남긴 향가는 다음과 같다.

생사의 길은 이승에 있으므로 두렵고 떨리나  
나는 떠나며 말 한마디 못 건네는구나.  
어느 가을 찬 바람에 여기저기 흩날리는 낙엽처럼  
같은 가지에서 나서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구나.  
아, 미타찰에서 너를 만나기를  
도를 닦으며 기다리겠다.

월명은 언제나 사천왕사에 머물면서 피리를 잘 불었다. 어느 날 피리를 불면서 절 앞의 큰 길을 걸었을 때, 달이 그의 음악을 듣고 멈추어 서 있었다. 이 일로 인해 그곳을 월명리라 부르게 되었고, 월명사란 이름 또한 유래되었다.

월명사는 능준대사의 제자인데, 신라 사람들 중에는 향가를 귀히 여기는 이들이 많았다. 이는 대체로 시나 송(頌)과도 같은 형태로, 자주 천지와 귀신마저 감동시켰던 사례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이를 기려 읊는다.

바람은 종이돈을 날려 죽은 누이의 노잣돈으로 삼고,  
피리 소리는 밝은 달을 흔들어 항아를 멈추게 한다.  
도솔천이 비록 하늘 끝처럼 멀다 하나,  
만덕화(萬德花) 한 곡으로 기꺼이 맞으리라.

■ 선율이 살아 돌아오다(善律還生)

망덕사에 있던 스님 선율은 시주받은 돈으로 반야경 600권을 완성하려 했으나, 공사를 마치기 전에 음부의 사자에게 끌려 명부로 가게 되었다. 그곳에서 명사가 물었다.

너는 인간 세상에서 무슨 일을 하였느냐?

스님은 답했다.

저는 반야경 대작을 시작했으나 공사를 끝내지 못한 채 이곳에 오게 되었습니다.

명사가 기록을 보며 말했다.

네 수명은 다했으나, 아직 중요한 소원을 이루지 못했구나. 다시 인간 세상으로 보내어 그 일을 마무리하도록 하겠다.

그리하여 선율은 다시 생환하게 되었고, 돌아가는 길에 한 여인을 만났다. 여인은 울며 다가와 절을 하며 말했다.

저는 신라 남염주 출신입니다. 제 부모가 금강사에 있는 논 한 묘를 몰래 빼앗는 바람에 저까지 연루되어 명부로 끌려와 오랜 세월 고통받았습니다. 법사께서 고향으로 돌아가신다면 제 부모님께 이 사실을 알려 논을 돌려주도록 해주시길 간청드립니다. 또한, 제가 살아있을 때 참기름을 상 밑에 묻어두었고, 고운 베를 침구 사이에 숨겨두었으니, 그 기름으로 불등을 밝혀 제 영혼의 길을 비추어주시고, 베를 팔아 경폭으로 써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해주신다면 황천에서도 깊은 은혜를 입어 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선율은 물었다.

네 집은 어디인가?

여자는 답했다.

사량부 구원사의 서남쪽 마을입니다.

그리하여 선율은 이 말을 마음에 새기고 되살아났다. 당시 선율이 죽은 지 열흘이나 되어 이미 남산 동쪽 기슭에 묻혀 있었는데, 무덤 속에서 사흘 동안이나 외쳤다. 마침 지나가던 목동이 소리를 듣고 절에 이를 알렸고, 스님들이 무덤을 파내어 선율을 꺼냈다.

선율은 자신이 겪었던 일을 상세히 말하고 곧바로 그 여자의 집을 찾아갔다. 그녀는 이미 15년 전 세상을 떠났으나 참기름과 베는 그녀가 말한 장소에서 발견되었다. 선율은 여자의 부탁대로 참기름으로 불등을 밝히고 베를 팔아 경전의 재료로 사용하였다. 그러자 여자의 영혼이 찾아와 감사하며 말했다.

법사의 은혜 덕분에 저는 이제 고통에서 벗어났습니다.

이 일을 듣게 된 사람들은 크게 놀라 감동하였고, 모두 힘을 모아 선율이 시작했던 반야경을 완성하였다. 그 경전은 현재 동도 승사의 서고에 보관되어 있으며, 해마다 봄과 가을 두 차례 낭독되어 재앙을 방지하는 데 사용되었다.

이에 덧붙여 읊는다:

부럽구나, 우리의 스님 인연이 좋아  
영혼조차 고향으로 돌아와 안식을 누리네  
부모가 내 소식을 물으시면  
논 한 묘를 빨리 돌려주라고 전해주소서  

■ 김현이 호랑이를 감동시키다 (金現感虎)

신라의 풍속에 따르면, 매년 음력 2월 초파일부터 보름날까지 서울의 남녀들은 홍륜사의 전탑을 돌며 복회를 행했다. 원성왕 때, 낭군 김현이란 젊은이가 밤이 깊도록 홀로 탑을 도는 모습이 있었다. 한 처녀 또한 염불을 외우며 탑을 돌다가, 서로의 마음이 끌려 눈길을 나눴다. 탑돌이가 끝난 후 김현은 처녀를 한적한 곳으로 데려가 정을 통했다. 하지만 처녀가 돌아가려고 하자, 김현은 따라갔고 처녀는 이를 사양하며 거절했으나 끝내 김현은 그녀를 쫓아갔다.

그들이 서산기슭 한 초가집에 도착하자 늙은 할미가 처녀에게 물었다.  
"함께 온 이는 누구냐?"  
처녀는 사실대로 말했고, 이를 듣고 할미는 이렇게 말했다.  
"비록 잘못은 아니지만 없는 일만 못하구나. 그러나 이미 벌어진 일이라 탓할 수는 없다. 다만 네 오빠들이 악행을 저지를까 두려우니 조심스럽게 숨기는 것이 좋겠다."

잠시 후 범 세 마리가 으르렁거리며 집으로 들어와 사람처럼 말을 내뱉었다.  
"집에서 비린내가 나는구나. 먹을거리가 있으니 즐겁지 않겠느냐?"  
그러나 할미와 처녀는 꾸짖으며 답했다.  
"너희가 잘못 맡은 냄새다. 무슨 미친 소리를 하는 것이냐."  
그 순간 하늘에서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너희가 생명을 해치기를 즐기는 악행이 과하니, 마땅히 한 놈을 죽여 경고하겠다."  
세 짐승은 그 말을 듣자 걱정스러운 기색을 나타냈다.

이에 처녀는 짐승들에게 말했다.  
"세 분 오라버니께서 멀리 피해 스스로를 징계하신다면 제가 대신 그 벌을 받겠습니다."  
짐승들은 기뻐하며 꼬리를 흔들고 떠나갔다.

처녀는 김현에게 돌아와 이렇게 말했다.  
"처음에는 낭군께서 우리 집에 오시는 것이 부끄러워 거절했지만, 이제는 숨김 없이 진심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비록 서로 다른 유(類)이지만 하루 저녁의 인연을 함께했으니 우리는 이미 부부의 인연을 맺었습니다. 세 오빠의 악행으로 하늘이 우리 집안을 벌하려 하니 제가 재앙을 대신 받겠습니다. 하지만 보통 사람 손에 죽는 것보다는 낭군의 손에 죽어 한 번의 은혜를 갚고 싶습니다. 제가 내일 일부러 시가에서 사람을 해침으로 나라에서는 저를 잡으려 할 것이며, 전하께서는 높은 벼슬로 사람들을 모집해 저를 처단하려 하실 것입니다. 그러니 낭군께서는 두려워하지 말고 저를 쫓아 성 북쪽 숲까지 오시면, 제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이에 김현은 대답했다.  
"사람과 사람이 관계 맺는 것은 인륜의 도리라고 할 수 있지만, 서로 다른 존재와의 관계는 떳떳한 일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이미 맺어진 인연이니, 이를 하늘이 준 다행한 일이라 여깁니다. 하지만 내 어찌 배필의 죽음을 미끼 삼아 이 세상의 벼슬 자리를 바랄 수 있겠소?"

그러나 처녀는 다시 용의주도하게 말했다.  
"낭군께서는 그런 말씀 마십시오. 제가 일찍 죽는 것은 하늘의 명령이자 제 소원이기도 합니다. 이는 낭군께 경사요, 저희 일족에는 복이며, 나라 사람들에게는 기쁨입니다. 한 번 죽음으로 다섯 가지 이로움이 생기는데 어찌 이를 거역할 수 있겠습니까? 다만, 제게 마지막 부탁으로 절을 세우고 불경을 강독하여 선한 과보를 얻도록 도와주신다면 그 은혜는 저에게 가장 큰 것이 될 것입니다."  
그들은 마침내 서로 눈물을 흘리며 작별했다. 이튿날, 성 안에 사나운 호랑이가 나타나 사람들을 해치는 일이 너무 심각해졌고, 감히 누구도 상대할 수 없었다. 원성왕은 이 소식을 듣고 명을 내렸다.

범을 사로잡는 자에게 2급 벼슬을 내리겠노라.

이 말을 들은 김현이 대궐로 나가 아뢰었다.

"소신이 범을 잡겠습니다."

왕은 벼슬을 먼저 내리고 그를 격려하였다. 김현은 칼을 손에 쥐고 숲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호랑이는 갑자기 한 여인으로 변하며 반갑게 웃으며 말했다.

"어젯밤 낭군께서 저와 마음 깊은 정을 나눈 일을 잊지 않으셨겠지요? 오늘 내 발톱에 상처를 입은 사람들은 모두 홍륜사의 약재를 바르고 그 절에서 들려오는 나팔 소리를 들으면 곧 나을 것입니다."

여인은 말을 마치고 김현의 차고 있던 칼을 뽑아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그녀는 다시 호랑이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김현이 숲을 나와 말했다.

"내가 방금 쉽사리 범을 잡았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 있었던 이야기는 숨긴 채였다. 그는 여인이 알려준 대로 상처를 치료하자 모두 나았고, 이후 민가에서도 호랑이에게 입은 상처에는 이 방법을 사용하게 되었다.

김현은 벼슬에 오른 이후 서천가에 절을 세우고 '호원사'라 이름을 붙였다. 그는 항상 이곳에서 범망경(범살핌의 경전)을 외우며 호랑이의 명복을 빌었다. 또, 자신에게 도움을 준 그 은혜에 보답하며 살았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 지나온 기이한 일을 깊이 감명받아 붓으로 기록했는데, 이로 인해 세상은 비로소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의 글은 논호림(論虎林)이라 불리며 지금까지 전해진다.

정원 9년, 신도징은 야인으로 재직하다 당에서 한주십방현위로 임명받았다. 진부현 동쪽 약 10리 지점에 다다랐을 무렵, 그는 눈보라와 혹독한 추위를 만나 말조차 앞으로 나아갈 수 없게 되었다. 그러던 중 길가에 초가집 하나를 발견하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따뜻한 불이 피워져 있었다. 등불 옆으로 다가가자 늙은 부모와 한 처녀가 화롯가에 둘러앉아 있었다. 처녀는 열네다섯 살쯤 되어 보였으며, 비록 머리는 헝클어지고 옷은 낡았지만, 눈처럼 흰 피부와 꽃 같은 얼굴로 매우 아름다웠다.

노부모는 신도징이 들어서자 급히 일어나 맞았다.

"추운 날씨에 이렇게 먼 길을 오시다니, 가까이 오셔서 몸을 녹이시지요."

신도징은 따뜻한 불 옆에 잠시 앉아 있었다. 날은 이미 저물었고 눈보라가 그칠 줄 몰랐다. 그는 부모에게 청했다.

"서쪽 현까지 가려면 아직 길이 멀어 보입니다. 하룻밤만 재워주십시오."

노부모는 허락하며 말했다.

"비록 누추한 집이지만 괜찮으시다면 편히 쉬십시오."

그리하여 신도징은 말안장을 풀고 방 안에서 잠자리를 폈다. 그런데 처녀는 손님이 묵기로 결정되자 얼굴을 씻고 곱게 단장하여 장막 사이로 나왔다. 그녀의 행동과 태도는 처음 볼 때보다 훨씬 더 우아하고 아름다웠다. 이를 본 신도징은 감탄하며 입을 열었다.

"아가씨는 총명하고 뛰어난 품격을 가지고 계십니다. 만약 아직 배우자가 없다면 저와 혼인을 맺는 것은 어떠신지요?"
그 아버지는 대답했다.  
뜻밖의 귀한 손님께서 저희를 거두어 주신다면, 어찌 좋은 인연이 아니겠습니까.  

마침내 신도징은 사위로 삼아달라고 간청했다. 그는 자신이 타고 온 말에 여인을 태우고 길을 떠났다. 임지에 도착해 보니, 봉급이 너무 적었다. 그러나 그의 아내가 성심껏 집안을 돌보았으므로, 모두들 즐거움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갔다.  

그 후, 임기가 끝나 돌아가려 할 무렵에는 이미 한 아들과 한 딸을 두었는데, 두 아이는 매우 총명하고 슬기로웠다. 이러한 행복 속에서, 신도징은 점점 더 아내를 공경하고 사랑하게 되었다.  

그가 일찍이 아내를 위해 지은 시가 있다.  

벼슬길에 나서니 매복 앞에서 부끄럽고,  
세 해가 지나니 맹광에겐 더욱 부끄럽구나.  
이 마음을 도대체 어디에 비유할까,  
냇물 위를 떠가는 원앙새 같더라.  

그의 아내는 이 시를 읽고 조용히 화답할 듯했으나, 끝내 말로 담아내지는 않았다. 신도징이 벼슬을 그만두고 가족을 데리고 본가로 돌아가려 하자, 아내는 문득 슬퍼하며 말했다.  

지난번 주신 시에 제 응답을 전할 일이 있습니다.

아내는 이와 같이 읊었다.  

금슬 같은 정이 비록 깊지만,  
산속살이 뜻 또한 자연스레 커갑니다.  
시절 변화가 근심스러워,  
백년해로 못 이룰까 늘 걱정합니다.  

그 후, 함께 아내의 옛 집을 찾아가 보았으나, 사람들은 이미 자취를 감춘 상태였다. 아내는 사모하는 마음이 깊어 하루종일 울기만 했다. 그러던 도중, 벽 모퉁이에 놓인 호랑이 가죽 하나를 발견하고 미소를 띠며 말했다.  

이 물건이 아직 여기에 있는 줄 몰랐군요.  

그녀는 말을 마치고 가죽을 뒤집어쓰더니, 순식간에 호랑이로 변해버렸다. 범이 된 그녀는 어흥거리며 날카로운 발톱으로 할퀴고는 문을 부수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신도징은 크게 놀라 피했고, 두 아이를 데리고 아내가 사라진 방향을 좇았지만 마침내 그녀의 행방을 알 수 없었다. 산림을 바라보며 목 놓아 울었으나 끝내 소식은 끊겼다.

슬프구나! 신도징과 김현 두 사람 모두 짐승으로 변한 존재와 얽혀 그들이 사람의 모습으로 아내가 되었던 사연은 비슷하다. 그러나 신도징의 범은 자신에게 배반의 시를 남긴 뒤 힘껏 발톱을 휘두르며 떠난 반면, 김현의 범은 사람들을 다치게 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처방을 알려주어 다른 사람들을 구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짐승도 이처럼 어질 수 있는데, 지금도 사람 중에는 짐승만도 못한 자가 있으니, 이는 어찌된 일인가. 
이 사적의 전말을 자세히 살펴보면, 절을 돌며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고, 하늘이 악을 징계하려 하자 스스로 대신 나섰으며, 신령한 약과 관련된 방문(방서)을 전하여 사람들을 구하고 절을 세우고 불법을 가르치게 했던 것이다. 이는 단지 짐승의 본질이 선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이는 대체로 부처가 다양한 방식으로 사물에 감응했기에, 김현공이 탑을 돌며 정성을 다하는 모습에 화답하여 은밀하게 이익을 돌려주고자 한 것뿐이었다. 당시에 복을 받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으리라. 

이를 기려 읊는다.

산속 집안 세 형제가 저지른 무수한 죄악  
고운 입술 한 번의 응낙이 어찌 헤아릴 수 있으랴  
다섯 가지 정의로움에 만 번의 죽음조차 가볍구나  
숲 속에 스스로를 맡겨 낙화처럼 흩어져 가는구나  

■ 융천사의 혜성가(진평왕 대) 

제5 거열랑, 제6 실처랑, 제7 보동랑 등 화랑의 세 명은 풍악으로 여행을 떠나려 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혜성이 심대성이라는 별자리를 침범하는 이상 징후가 나타났습니다. 낭도들은 이를 불길하게 여겨 여행을 멈추려고 했습니다. 그때 융천사가 한 곡의 노래를 지어 부르자, 별의 변괴가 사라지고 일본 군사가 물러나 본국으로 돌아갔으며, 나라에는 오히려 경사가 찾아왔습니다. 임금은 이를 기뻐하며 낭도들에게 풍악에서 마음껏 놀도록 허락했습니다.

융천사가 부른 노래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옛적 동해가에서 건달바가 놀던 성을 바라보니  
'왜군이 내려왔다'고 알리는 변방이 있구나.  
세 화랑께서 산을 구경하려 오셨다는 소식을 듣고  
달빛도 부지런히 빛을 고르는데,  
혜성을 보고 '혜성이여!' 소리친 이가 누구인가.  
아아, 달은 저 아래로 차츰 기우는구나.  
과연 어떤 혜성이 나타날 수 있을까?  

■ 정수법사가 얼어붙은 여인을 구하다(正秀師 救氷女)

제40대 애장왕 시절, 중 정수는 황룡사에 머물며 지내고 있었다. 어느 겨울, 눈이 많이 내린 날이었다. 날이 저물어 삼랑사에서 돌아오는 길에 그는 천엄사 문밖을 지나게 되었다. 문득 한 여자 거지가 아이를 낳은 후 추위 속에 쓰러진 채로 거의 얼어 죽어가는 모습을 보았다.  

정수 스님은 이들을 가엽게 여겨 그녀를 품에 안았다. 얼마 후 그녀는 정신을 차렸고, 그는 자신의 옷을 벗어 그녀에게 덮어준 뒤, 벌거벗은 몸으로 절로 달려가 거적인으로 몸을 덮으며 밤을 보내게 되었다.  

그날 밤 대궐 뜰에서는 하늘로부터 목소리가 들려왔다.  
"황룡사의 중 정수를 왕의 스승으로 봉하라."  

깜짝 놀란 왕은 즉시 사람을 보내 이 일을 조사하게 했고, 그 사실을 모두 보고받았다. 이후 왕은 중 정수를 예우하며 대궐로 초청하였고, 그를 국사(국가의 스승)로 삼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