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이 1. 서문
대체로 고대의 성인들은 예(禮)와 악(樂)을 통해 나라를 다스리고, 인(仁)과 의(義)로 백성을 가르쳤으며, 괴력난신(怪力亂神)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제왕이 나타나기 직전에는 하늘의 뜻을 상징하는 부명(符命)이나 미래를 예지하는 기록인 도록(圖錄)을 받게 되니, 이는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른 점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특별한 표징을 통해 큰 변화의 시기를 맞고 마침내 제왕의 자리를 차지하거나 위대한 업적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황하에서 나타난 하도(河圖)와 낙수에서 나온 낙서(洛書)와 같은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하도는 복희씨 시절 황하에서 발견된 용마의 등에 새겨져 있어 후에 주역의 팔괘의 기반이 되었고, 낙서는 우왕 때 거북의 등껍질에서 발견된 글씨로 서경에 나오는 홍범구주의 근원이 되었다고 한다. 이 밖에도 무지개가 신모를 감싸 복희를 탄생시켰다는 이야기, 용이 여등과 맺어 염제를 낳았다는 설화 등이 있다. 또한, 궁상의 들판에서는 신비한 황아가 노닐며 스스로 백제(白帝)의 아들이라 칭하는 인물이 소호를 탄생시켰다는 이야기, 간적이 알을 삼켜 설을 낳았다는 전설, 강원이 거인의 발자국을 밟고 기를 낳았다는 이야기, 요임금의 어머니가 14개월 만에 그를 출산했다는 설화, 한고조 유방의 어머니가 큰 연못에서 용과 맺어 이룬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 외에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신화적 이야기가 존재하지만 이를 모두 기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삼국의 시조들이 모두 신비로운 기원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점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이 책의 첫 부분에 기이한 사건들을 다룬 '기이편'을 배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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