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초심학인문 - 초발심 학인을 경계하는 글

목우자가 말한다

대저 처음 발심한 사람은 모름지기 
나쁜 벗을 멀리 여의고 어질고 착한 이와 가까이하며, 
오계와 십계 등을 받아 지키고 범하고 열고 닫는 것을 지혜롭게 잘 알아야 한다. 
다만 부처님의 성스러운 말씀에 의지할지언정, 
어리석은 무리들의 허망한 말을 따르지 말라.
이미 출가해서 청정한 대중에 참여하였거든 
항상 부드럽게 화합하고 착하게 수순할 것을 생각할지언정 
나를 거만하게 높이 알리려 해서는 안된다. 
법랍이 많은 이는 형이 되고, 법랍이 적은 이는 아우가 되니. 
만일 다투는 이들이 있거든 양쪽의 말을 화합하여, 
다만 자비로운 마음으로 서로 대하게 할지언정 나쁜 말로 남을 상하게 하지 말라. 
만약에 함께하는 도반들을 속이거나 업신여겨서 시비를 왈가불가 말한다면, 
이와 같은 출가는 전혀 이익이 없다. 
재물과 이성으로 인한 재앙은 독사보다도 심하니, 
스스로 살펴서 그른 줄을 알아 항시 멀리 해야한다.

[대중 처소에 머물때는]

볼일 없으면 다른 사람의 방이나 처소에 들어가지 말며, 
가려진 곳을 보게되면 남의 일을 굳이 알려 하지 말라, 
정해진 날이 아니면 속옷을 빨지 말며, 
세수하고 양치하게 되면 큰소리로 침 뱉거나 코 풀지 말라. 
대중이 공양을 받을 적에 갑자기 나와서 차례를 어기지 말며, 
지나다닐 적에 옷깃을 헤치고 팔을 흔들지 말며, 
대화할 때에 큰소리로 희롱하며 웃지 말라. 
필요한 일이 아니면 문밖에 나가지 말고, 
병든 사람이 있거든 자애로운 마음으로 지키고 보호해야 하며, 
손님을 보거든 모름지기 반갑게 맞아야 하며, 
어른을 마주치거든 삼가 조심스럽게 공손히 옆으로 비켜서야 하며, 
도구를 갖추되 모름지기 검소하고 절약하여 만족할 줄 알아야 하며, 
밥 먹을 때에는 마시고 씹으면서 소리를 내지 말며, 
그릇이나 수저를 들고 놓음에 반드시 차분하게 해야하며, 
얼굴을 들고 두리번거리지도 말고, 
정갈한 음식이나 거친 음식에 대해 좋아하거나 싫어하지 말아야 한다. 
말없이 조용히 하여서, 쓸데없는 생각을 막아야 하며, 
음식을 받는 것은 다만 몸뚱이가 마르는 것을 치료하여 도업을 이루기 위함임을 알아야 한다. 
모름지기 반야심경을 념하되 
공양하는 사람과 공양받는 사람, 공양물의 세 가지가 모두 청정한 줄을 관하여 
도의 쓰임에 어긋나지 말아야 한다.
 
향을 사르고 예불하되 아침저녁으로 부지런히 행하여 게으름은 스스로 꾸짖어야 하며, 
대중이 움직이는 차례를 알아서 어지럽게 뒤섞이지 말아야 한다. 
예불올리고 축원하되 모름지기 글을 외우면서 뜻을 관할지언정, 
소리만 따라하지 말고, 운과 곡조를 고르게 해야 한다.
 불보살님의 존안을 우러러보되 다른 경계를 끌어오지 말라. 
자신 허물로 인한 장애가 산과 바다 같이 많아도, 
마음으로 참회하고 몸으로 참회하여 녹여 없앨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절하는 이와 절받는 이 모두가 진여자성으로부터 연기하였음을 깊이 관하고, 
그 감응이 헛되지 않음이 그림자와 메아리가 서로 따름을 깊이 믿으라.

대중처소에 머물되 모름지기 서로 양보하여 다투지 말며 서로 도와 보호하고, 
말다툼하며 승부를 논하지 말고 머리를 맞대고 쓸데없이 말하지 말며 
다른 이의 신발을 잘못 신지 말고, 앉고 누움에 차례를 어기지 말며, 
손님을 대하여 말함에 집안의 허물을 드러내서는 안 되며, 
다만 절 안의 불사를 찬탄할지어다. 
창고에 가서 잡된 것들을 보고 들어서 스스로 의혹을 내어서는 안 된다. 

필요한 일이 아니면 마을을 노닐거나 고을을 찾아다니며 
속인들과 사귀어 왕래하여 다른 이로 하여금 미움과 시기를 일으키고, 
스스로는 도 닦을 생각을 잃게 해서는 안 된다. 
만일 중요한 일이 일어나 가게 되거든 
주지 등 소임자와 대중을 관리하는 소임자에게 알려 가는 곳을 알도록 해야 한다. 
만일 속가집에 들어가거든 반드시 정념을 굳게 지녀서 
모양을 보거나 소리를 듣고서 삿된 마음으로 흘러서는 결코 안되니, 
하물며 옷깃을 풀어 헤치고 희롱하고 웃어서 잡된 일이나 어지러이 떠들며 
때아닌 때 술과 음식으로 망령되이 거침없는 행동을 해서 부처님의 계를 심히 무너뜨리겠는가. 
그리하여 어질고 착한 이들의 혐의를 받게 되면 어찌 지혜있는 사람이라 하겠는가.

[안거와 결사 등 집중 수행할 때에는]

선방에 머물되, 사미와 동행하는 것을 삼가고, 
사람 일로 오가는 것을 삼가며, 
다른 이의 좋은점 나쁜 점 보지말고, 
문자를 탐하여 구하지 말며, 
지나치게 잠자지 말며, 
어지러이 쓸데없는 인연을 끌어오지 말지어다. 
만약 종사스님께서 법좌에 올라 설법하시는 것을 만나면, 
가르침에 대해서 절벽에 매달린 듯 어렵다는 생각을 내어 물러나는 마음을 절대 일으키지 말고 
혹 익숙히 들었다는 생각을 내어 쉽다는 마음도 일으키지 말지어다. 
마땅히 마음을 비우고 그것을 들어야 하니, 
반드시 기틀이 일어나는 때가 있으리라. 
말만 배우는 이들을 따라서 입으로만 분별한 것을 취하지 말라. 
이른바 뱀이 물을 마시면 독이 되고, 소가 물을 마시면 우유가 되니 
지혜로운 배움은 보리를 이루고, 어리석은 배움은 생사를 이룬다함이 이것이니라. 

또한 법주 스님에 대해 가벼이 여기는 생각을 내지 말라. 
그로 인하여 도에 장애가 생기어 닦아 나아갈 수 없으리니, 부디 그것을 삼갈지니라. 
논에 말씀하시길 
“마치 어떤 사람이 밤길을 가는데, 죄인이 등불을 들고 길을 비출 적에, 
만일 그 사람이 나쁘다고하여 그 불빛까지 받지 않는다면 구덩이에 떨어져 버릴 것이다”라고 하였으니 
법문을 들을 때는 반드시 얇은 얼음을 밟는 듯 
귀와 눈을 기울여서 오묘한 소리를 들으며,
 마음의 번뇌를 가다듬어서 그윽한 이치를 음미하고, 
법당을 내려온 뒤에 고요히 앉아서 그것을 관하되 
만약 의심스러운 바가 있거든 먼저 깨우친 이에게 널리 물어야 한다. 
아침저녁으로 두려워하면서 물어보아 실오라기 털끝만큼도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 
이와 같아야 이에 바른 믿음을 낼 수 있고, 
도업을 가슴에 품은 자라 할 것이다.

아득한 옛적부터 습으로 익혀온 애욕과 성냄, 어리석음들이 마음 바닥에 얽히고 설켜 
잠깐 엎드렸다가 다시 일어남이 마치 하루씩 거르는 학질과 같나니, 
어느 때나 모름지기 수행을 더하는 방편과 지혜의 힘을 바로 써서 스스로 막아 지키기를 간절하게 할지언정, 
어찌 일없이 게으름으로 근거 없이 노닥거리는 이야기로 귀한 세월을 헛되이 보내고서 마음의 종지를 바라며, 생사를 벗어나는 길을 구할 수 있겠는가? 
다만 뜻과 절개를 굳게 하여 자신의 잘못과 게으름을 꾸짖으며, 
잘못을 알아 선하게 바꾸어 고치고 뉘우쳐 고르고 부드럽게 할지어다. 
부지런히 닦으면 관하는 힘이 점차 깊어지고, 갈고 닦으면 수행문이 더욱 깨끗해지리라.
오래 만나기 어렵다는 생각을 일으키면 도 닦는 일이 늘 새롭고, 
항상 다행하다는 마음을 품으면 끝내 물러나지 않으리니, 
이와같이 오래하면 자연히 고요함과 지혜가 뚜렷이 밝아져서, 자기의 심성을 볼 것이며, 
신통 같은 자비와 지혜를 써서 중생을 돌이켜 제도하여 인간과 하늘의 큰 복 밭을 지으리니, 
간절하게 힘쓸지어다.